李정부 '강 재자연화 롤모델' 섬진강 부상…'5대강 시대' 전환 논의

사회

뉴스1,

2026년 6월 19일, 오전 06:30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남 광양만을 찾아 섬진강유역환경청 유치를 희망하는 환경단체 회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정부가 강(江) 재자연화 정책의 핵심 사례로 '섬진강'을 주목하며 이를 대표 모델로 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섬진강을 독립 수계로 관리하기 위한 가칭 섬진강유역청 신설도 검토되면서 전남·전북 등 유역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하반기 홍수기가 끝난 뒤 4대강 등의 재자연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굿둑이 없는 자연하구와 기수 생태계 등이 비교적 잘 남아 있는 섬진강이 본보기(롤모델)다.

전북 진안 백운면 팔공산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전남 광양만에 이르기까지 3개 도 11개 시도를 거쳐 약 223.9㎞를 흐른다. 동쪽으로는 낙동강, 서쪽으로는 영산강, 북쪽으로는 금강과 경계를 이룬다.

그간 섬진강은 국내 4번째로 긴 하천임에도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중심의 4대강 체계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다. 그러나 습지와 모래톱 등 다른 대형 하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자연성을 유지하고 있어 이재명 정부 들어 강 재자연화 정책의 대표 사례로 거론돼 왔다.

이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섬진강유역청을 별도로 두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17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간 섬진강 물관리와 환경관리는 광주 서구 소재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맡고, 홍수 관리는 영산강홍수통제소 산하 출장소 체계로 운영됐었다. 이 출장소는 2020년 8월 대규모 홍수 피해 이후 신설됐지만, 현재 인력과 조직 규모만으로는 홍수기 비상근무와 홍수예보, 갈수·가뭄 대응 등 통합 물관리 업무에 제약이 있었다.

전남 곡성 인근에서 본 섬진강 모습 © 뉴스1

섬진강유역청 신설이 현실화하면 지자체 간 유치 경쟁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섬진강홍수통제출장소가 있는 남원, 침실습지가 있는 곡성, 수달 서식지를 품은 구례, 재첩 어업과 기수역 문제가 걸린 하동·광양 등 유역 지자체들은 유역청 설치가 지역 위상과 예산, 조직, 정책 결정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섬진강유역청 신설·유치 논의는 이미 선거 의제로 올라온 바 있다. 6·3 지방선거에서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하동군수 후보(전 국회의원)는 선거운동 당시 섬진강유역환경청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현창 무소속 구례군수 후보(전 전남도의원)는 구례 유치 필요성을 주장했었고, 민주당 권향엽 의원은 그간 하구에서 피해를 보아온 광양에 유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다만 유역청 신설은 지역소멸 대책으로 과대 해석하기는 어렵다. 새 조직이 생기더라도 직접 고용 유발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의미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보다 섬진강을 독립 수계로 관리할 행정 권한과 예산, 정책 조정 기능을 확보하는데 가깝다.

김 장관은 유역청 입지 선정과 관련해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행정안전부(행안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유역청 신설안이 확정되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공정한 심사위원회를 통해 공모를 진행하겠다"며 "장관인 저는 선출 과정에 절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 배분 문제도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1965년 섬진강댐 완공 이후 하루 평균 약 100만톤이 전북 만경평야 쪽으로 공급되는 반면, 하류로 내려오는 물은 17만톤 수준에 그친다는 게 지역의 설명이다. 하동과 광양 등 하류 지역에서는 유량 부족과 염분 농도 상승으로 재첩 서식지가 상류로 밀려나고 채취량이 줄고 있다는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김 장관은 "원칙적으로는 하구 쪽 수량을 늘리는 것이 맞다"며 "전북 지역 농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20만~30만톤 정도를 추가로 하류에 돌릴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물 배분은 전북과 전남·경남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다. 김 장관도 "물 배분은 제로섬 문제인 만큼 하류 지역 물량을 늘릴 경우 기존에 공급받던 물량이 줄어드는 전북에 대해서는 대안을 파악해 보겠다"고 했다.

기후부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섬진강 하류 재첩 피해와 염분 농도 변화, 하천 유량 관리 방안을 종합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김 장관은 "어촌계 수준이 아니라 한국수자원공사나 기후부가 직접 지원하는 부분까지 포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주민들의 어업 소득이 유지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기후부가 4대강 체계를 5대강 체계로 바꾸고 섬진강유역청 신설까지 추진할 경우, 섬진강은 이재명 정부 물관리 정책과 강 재자연화 논의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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