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걸린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2026.3.25 © 뉴스1 이호윤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3법'의 일환으로 추진해 도입된 재판소원과 법왜곡죄가 19일로 시행 100일을 맞았다.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야당과 법조계의 반발이 거세 법 시행 직후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시행 100일'을 맞은 재판소원은 기본권 구제의 새 통로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실무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법왜곡죄는 사법·수사기관 견제라는 취지에도 고소·고발 남발 우려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3월 12일 헌법재판소법 개정에 따라 재판소원이 도입되면서 기존 심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지난 8일까지 헌재에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총 877건이다. 시행 전에는 연간 1만~1만5000건까지 폭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으나, 실제 접수 건수는 하루 평균 10건 내외로 비교적 안정적인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사전심사를 통과해 전원재판부의 본격 심리를 받게 된 사건은 8건이다. 나머지 사건 중 736건은 재판소원 요건을 갖추지 못해 사전심사 단계에서 걸러졌다.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의 성격도 다양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심리불속행 기각·항소각하 결정 등 재판 절차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사건이 주를 이뤘다. 이후 재건축조합 현황도로 무상양도 판결이나 고 이예람 중사 특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결정처럼 법원의 법률 해석·적용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사건도 사전심사를 통과했다.
최근에는 유사 강간 사건의 무죄 확정판결을 다투는 성폭력 피해자 사건과 휠체어 탑승 설비 제공 범위를 문제 삼은 장애인 이동권 사건까지 회부됐다. 재판 절차·법률 해석의 위헌성 심사를 넘어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구제, 장애인 이동권 등 기본권 보장 문제로 외연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이 헌법상 기본권 구제 수단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법원 판결을 헌재가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를 두고 사실상 '4심제'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헌재는 법률 해석·적용 자체를 재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결과가 기본권 침해로 이어졌는지를 심사하는 '독자적인 헌법심'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제도 안착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과제는 법원 재판 기록과 자료를 헌재가 어떻게 확보할지다. 재판소원 심리를 위해선 재판 기록과 법원의 판단 경위 등 확인이 필요하지만, 기록 송부에 관한 대법원과 헌재의 실무 협의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헌재는 현재 청구인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재판소원 사건에서 헌재가 법원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으나 법원이 응하지 않는 사례도 나오면서, 두 기관 사이의 긴장 관계가 제도 초기부터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후속 작업이 원활하게 완료되지 않을수록 제도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관 간 갈등으로 비치지 않으려면 헌재나 법원 모두 기본권 침해 구제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 뉴스1 김민지 기자
재판소원과 함께 도입된 법왜곡죄를 둘러싸고도 논란은 커지고 있다. 법왜곡죄는 판·검사, 경찰 등이 형사사건에서 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법리를 고의로 왜곡해 부당한 결론을 도출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자격정지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법·수사기관 권한 남용 견제를 도입 취지로 내세웠지만, 시행 초기부터 대규모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수사·재판 실무 위축 우려가 여전하다. 경찰에는 지난달 6일 기준 327건, 5805명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다. 대상자는 경찰 1566명, 검사 376명, 법관 242명, 수사관 등 157명에 달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이달 15일까지 69건이 입건됐다.
수사 당국은 초기 접수 사건 상당수가 판결이나 수사·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보복성 고소·고발' 수단으로 이어질 경우 판·검사·경찰이 정당한 직무 수행에서도 자기검열에 빠져 수사·재판의 독립성과 적극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 왜곡'의 기준이 불명확해 실제 적용 과정에서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사 주체를 둘러싼 혼선도 이어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법왜곡죄 고발 사건을 접수했던 공수처는 최근 해당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넘겼다. 법왜곡죄와 직무 유기·직권남용 등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가 함께 고발된 경우에는 공수처가 수사하지만, 법왜곡죄 단독 사건은 경찰에 이첩한다는 방침이다.
공수처는 지난 15일 공수처는 법왜곡죄 구성요건 해석과 수사 기준을 정립하기 위한 연구용역 입찰을 공고하며 수사 기준 마련에도 나섰다.
법원과 검찰도 구성원 보호 대책을 시행 중이다. 대법원은 직무 관련 고소·고발을 당한 판사에게 수사 단계부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변호사 비용을 최대 7000만 원 지원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대검찰청은 고소·고발 내역 관리와 법률 지원을 총괄하는 전담 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