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곁으로 더 가까이[기고]

사회

뉴스1,

2026년 6월 19일, 오후 03:00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국민주권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성과를 숫자로 쌓기보다, 현장으로 나가 국민의 삶 속 이야기를 듣겠다는 다짐을 실천한 나날이었다. 그 과정에서 만난 많은 얼굴들이 지금도 선명하다. 학교폭력의 상처로 세상과 단절된 채 방 안에만 머무는 청소년, 홀로 아이를 키우며 하루를 버텨내는 미혼모, 취업 준비와 부모 간병 사이에서 자신의 미래를 미뤄둔 청년, 자해를 반복하는 자녀를 지켜보며 밤을 지새우는 어머니.

우리는 이런 일을 흔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둔다. 청소년의 위기도, 돌봄의 부담도, 경제적 어려움과 고립도 각자 감당할 문제로 여긴다. 하지만 사람은 홀로 살지 않는다.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며 부모이자 형제자매다. 한 사람의 위기는 곧 가족 전체의 위기가 된다. 돌봄과 부양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지워서는 안 되는 시대다. 국가와 사회가 그 짐을 함께 나눌 때, 비로소 개인도 가족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우리가 마주한 가족의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6%를 넘었고(2024년 기준), 혈연을 넘어 서로를 돌보는 비친족 가구, 한부모·조손·이주배경 가족까지 그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다. 한때 예외로 여겨지던 모습이 이제 우리 사회의 일상이다. 통계 속 숫자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사는 가족'을 표준으로 머물러 있다. 아직도 누군가는 보호받지 못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가족임을 끝없이 증명해야 한다.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이 현실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했다. 형태를 가리지 않고 모든 가족이 존중받으며 기본적인 삶을 누리게 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이다. 고립·은둔 청소년과 경계선지능인 등 위기 가족을 먼저 찾아 돌봄과 경제적 부담을 덜고, 1인 가구의 관계 형성,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지원을 넓히며, 아이돌봄을 강화해 양육의 짐을 사회가 함께 지고자 한다.

특히 가족관계 교육에 대한 정보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강화해 맞춤형 가족관계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사실상 출생신고가 막혀있는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를 위한 법안 마련을 추진하는 등 제도 정비에도 나선다.

무엇보다 전국 244개 가족센터를, 누구나 편히 찾아와 상담받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든든한 이웃으로 키워갈 것이다. 수많은 가족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가족센터의 노력과 헌신이 지역사회 곳곳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지역의 특성과 주민 수요를 담은 사업을 발굴하고 복지·보건·고용을 잇는 통합 플랫폼이자, 위기를 일찍 발견해 지원으로 연결하는 촘촘한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

가족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가장 오래된 공동체이자, 시대의 변화를 가장 먼저 겪는 공동체다. 모습이 달라졌다고 그 가치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로 돌보며 함께 살아가려는 바람은 오히려 더 절실해졌다. 국가의 역할은 특정한 가족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족이 존엄하게 살아갈 조건을 만드는 데 있다. 잣대로 선을 긋는 대신 손을 내미는 것, 누군가를 가족 밖으로 밀어내는 대신 함께 살 길을 찾는 것. 그것이 가족정책이 나아갈 방향이다.

단 한 사람도, 단 하나의 가족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 모든 가족이 제 모습 그대로 존중받으며 행복한 내일을 꿈꿀 수 있는 나라.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이 그 길을 여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동행을 바라 마지않는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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