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 유기견 입양카페 ‘뮤테(MUTE)’에서 보호 중인 개의 모습.(사진=별댕댕 유기견 보호소)
길 위에서, 방치된 공간에서, 때로는 불법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은 구조되는 순간 비로소 위험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그다음부터가 또 다른 시작이다. 치료를 받아야 하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며, 언젠가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특히 진도믹스와 대형견에게 그 기다림은 더 길다. ‘크다’, ‘무서울 것 같다’, ‘마당에서 키워야 할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입양 대상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별내동 불법 개농장 구조로 바뀐 삶
일반 회사를 다니던 직장인이었던 장 대표는 첫번째 반려견과 함께 살게 되면서 학대받고 외면받는 개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몇 년 동안 임시보호를 하며 유기견들의 가족을 찾아주는 일을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보호소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5년 전 별내동 불법 개농장 구조였다. 막내 반려견 바우를 입양하며 진도믹스의 매력을 알게 된 그는, 구조 현장에서 갈 곳 없는 진도믹스와 대형견들의 현실을 마주했다.
장 대표는 “구조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마주한 현실은 구조보다 그 이후였다”며 “진도믹스와 대형견들은 구조가 되어도 갈 곳이 없고, 입양이 되지 않아 오랫동안 보호소 생활을 하거나 안락사 위기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별댕댕은 총 73마리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보호소에서 35마리, 입양카페에서 14마리, 위탁처에서 12마리, 임시보호 가정에서 12마리가 지내고 있다. 보호소 공간만으로는 모든 아이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위탁처와 임시보호 가정의 도움을 함께 받고 있다.
별댕댕 유기견 보호소에서 구조한 당시 대형견 모습. 사냥개들이 오가는 지역에 묶여 방치된 모습.(사진=별댕댕 유기견 보호소)
장 대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별내동 불법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의 변화였다.
구조 당시 아이들은 사람을 무서워해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구석에 몸을 숨기고 덜덜 떨며, 사람이 다가오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다.
장 대표는 그런 아이들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았다. 몇 달 동안 기다리고, 같은 공간에 머물고, 천천히 시간을 쌓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먼저 다가와 그의 손 냄새를 맡았다.
장 대표는 “그 작은 변화 하나가 저에게는 정말 큰 감동으로 남아 있다”며 “그 아이들 중 새로운 가족을 만나 지금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때, 구조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다시 느낀다”고 말했다.
보호소 운영은 매달 버티는 일에 가깝다. 기본 고정비만 한 달 1000만원 이상은 훌쩍 넘는 상황에서 응급수술이나 큰 치료가 필요한 아이가 생기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장 대표는 “구조 요청은 매일같이 들어오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아이들을 데려올 수는 없다”며 “그럴 때마다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별댕댕 유기견 보호소에서 보호 받고 있는 개의 모습(사진=별댕댕 유기견 보호소)
장 대표는 지난해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유기견 입양카페 ‘뮤테’를 열었다. 보호소만으로는 아이들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입양카페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보호소는 쉽게 방문하지 못해도 카페는 조금 더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많은 분들이 보호소는 쉽게 방문하지 못하지만, 카페는 부담 없이 찾아오실 수 있다”며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며 교감하다 보면 ‘유기견’이 아니라 한 명의 가족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뮤테를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진도믹스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문객들은 ‘생각보다 너무 순하다’, ‘진도믹스가 이렇게 애교가 많은 줄 몰랐다’고 말한다고 한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와 직접 눈을 맞추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손을 내밀었을 때의 느낌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입양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의정부 방치견의 새끼로 태어난 아라는 오랜 임시보호 기간을 거쳐 카페로 왔지만 8개월 동안 입양 문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카페를 찾던 손님이 여러 차례 아라를 만나며 마음을 열었고, 결국 임시보호를 거쳐 가족이 됐다.
시골 밭지킴이로 살던 쁘띠도 뮤테에 온 지 하루 만에 카페 손님의 가족이 됐다. 지금도 종종 카페에 놀러 오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견, 밖에 묶어두는 개가 아닙니다”
별댕댕에는 진도믹스와 대형견 비중이 높다. 장 대표는 “가장 외면받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형견은 상대적으로 입양 기회가 있지만, 진도믹스와 대형견은 입양이 어렵다. 노령견이거나 질병이 있는 경우는 더 그렇다.
별댕댕 유기견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개들 모습(사진=별댕댕 유기견 보호소)
장 대표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대형견이라고 해서 마당에 묶어두거나 실외에서만 키워도 되는 아이들은 아니다”며 “대형견도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사랑받아야 하는 반려견이다. 크다는 이유만으로 삶의 방식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입양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대형견이지만 기적적으로 입양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그가 기억하는 입양 사례 중 하나는 노견 태양이다. 장 대표는 “태양이는 10살이 넘은 데다 자궁축농증과 암 등 여러 질병을 앓고 있어 입양이 거의 어렵다고 여겨졌지만, 기적적으로 임시보호처가 생겼고 임시보호자는 결국 태양이의 가족이 되기로 했다”며 “태양이는 지금도 신부전과 디스크로 제대로 걷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입양자는 지극정성으로 태양이를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장 대표는 “입양 기회가 거의 없는 노견들이 가족을 만날 때 정말 행복하다”며 “사랑받은 아이들은 그 사랑을 몇 배로 돌려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별댕댕 유기견 보호소에서 구조한 방치 대형견 구조 당시의 모습.(사진=별댕댕 유기견 보호소)
장 대표가 꼽는 민간 보호소의 가장 큰 어려움은 운영비와 공간 부족이다. 하지만 그만큼 힘든 것은 구조 이후의 보호를 민간 보호소와 개인 구조자가 사실상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장 대표는 “구조 요청은 계속 늘어나지만 현실적으로 모두 구조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안타깝다”며 “무엇보다 지자체의 협조가 부족하다. 민간 보호소와 개인 구조자들이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구조 이후의 보호와 치료까지 넓어져야 한다고 본다. 민간 보호소가 감당하는 역할이 큰 만큼 실질적인 협조와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별댕댕은 후원자와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된다. 봉사자들은 청소와 산책, 목욕, 사회화 교육 등 아이들의 일상을 함께 만든다. 후원금은 대부분 사료비와 병원비, 치료비, 생활비로 쓰인다.
장 대표는 “별댕댕은 혼자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며 “한 달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이 매달 가장 큰 숙제지만,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했다.
별댕댕 유기견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개의 모습(사진=별댕댕 유기견 보호소)
장 대표의 목표는 더 많은 아이들을 구조하는 것만이 아니다. 구조한 아이들이 모두 평생 사랑받는 가족을 만나는 것이다.
그는 유기견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사진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꼭 한 번 만나러 와달라”고 말한다. 특히 진도믹스와 대형견은 직접 만나 교감해보면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장 대표는 “입양은 한 생명을 구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가장 큰 행복을 얻는 사람은 보호자라고 생각한다”며 “부디 편견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별댕댕의 미래는 역설적이다. 보호소가 더 커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문을 닫는 것이다.
장 대표는 “저는 언젠가 별댕댕이 문을 닫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보호소가 잘 안 돼서가 아니라, 더 이상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어 보호소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고 말했다.
유기견 입양카페 뮤테에 묻은 입양 공고들(사진=별댕댕 유기견 보호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