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북 임실군 소재 섬진강댐 전망대에서 섬진강댐 현황 및 ’26년 홍수기 댐 운영계획 등을 점검하고 있다. (기후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17 © 뉴스1
하수처리시설 에너지자립률이 2019년 12.9%에서 2024년 18.7%로 높아졌지만, 정부가 제시한 2030년 목표 50%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위기 시대 물관리는 상수도 보급률이나 하수 처리율 같은 평균 지표만으로는 부족하고, 물 공급 중단 위험과 복구 속도, 에너지·탄소 부담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연구기관 제언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물관리 성과지표 체계 전환 과제' 보고서를 통해 물관리 성과평가를 기존 '평균 관리' 중심에서 '위험·회복탄력성 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22일 밝혔다. 기후 위기로 가뭄과 홍수, 수질 악화가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전국 평균 공급량이나 시설 보급률만으로는 물서비스 위기를 조기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현재 물관리 평가는 △상수도 보급률 △유수율 △하수도 보급률 △하수 처리율 △하천 정비율 △수질기준 달성률 등 시설 확충과 운영 효율을 보여주는 지표에 무게가 실려 있다. 보고서는 이들 지표가 정상 상태의 공급성과와 사후 실적을 확인하는 데에는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후 위기 상황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위험 전조 △서비스 중단 가능성 △대체수원 확보 여부 △복구 속도 △회복탄력성은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2025년 강릉 가뭄·단수 사례도 국가 평균 중심 지표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됐다. 전국 단위 보급률이 높더라도 특정 유역이나 지역에서는 반복 가뭄과 수요 증가, 취수원 취약성이 겹치면 공급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전국 평균 지표에 유역별 물 가용성, 서비스 중단시간, 비상급수 대응능력, 대체수원 확보 수준, 복구 소요 시간 등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봤다.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단지처럼 물과 에너지를 많이 쓰는 시설을 따로 관리할 지표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수요시설이 특정 유역에 몰리면 물가용성과 전력 수급에 동시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유역 가용수량 대비 추가 수요 비율, 연간 물 사용량, 재이용수 대체율, 대체수원 확보율, 단위 서비스당 전력소비량, 온실가스 배출강도, 비상운영 지속시간 등을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공공 물관리 기반 시설도 물 공급과 처리 성과만 볼 것이 아니라 에너지·탄소 지표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수장, 송·배수시설, 하수처리시설, 물재이용시설, 펌핑·배수시설은 생활과 산업을 지탱하는 기반시설이면서 에너지 소비가 큰 시설이다. 하수처리시설 에너지자립률은 2019년 12.9%에서 2024년 18.7%로 올랐고, 정책적으로는 2030년 50%까지 확대하는 목표가 제시돼 있다. 그러나 물관리 전반에서 에너지 원단위, 회수에너지량, 재생전력 전환 수준, 온실가스 배출강도 등을 표준 지표로 관리하는 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전문가 조사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통합물관리 성과지표 체계는 기본 틀은 갖췄지만 실행력과 정량화, 정책 환류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원칙과 기후 위기 대응 목표 반영은 비교적 양호하게 평가됐지만, 정책 설계와 실행의 연계, 정량적 분석 기반, 정책 및 평가 활용 가능성은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 제시됐다.
해외 주요국은 물관리 지표를 법정 계획과 위험관리, 정보공개, 재정지원과 연결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역 단위 상태지표와 위험지표를 법정 계획에 반영하고, 일정 규모 이상 데이터센터에는 에너지 성능과 물 발자국 관련 정보를 보고·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일정 규모 이상 지역사회 상수도 시스템에 위험·복원력 평가와 비상대응계획 수립을 요구한다. 일본은 유역 중심 물순환 관리와 하수처리시설 에너지화, 호주는 물회계와 물시장 정보체계를 통해 유역별 물가용성과 배분 구조를 관리한다.
입법조사처는 국내 물관리 성과지표도 국가·유역·지자체로 나누는 계층형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 단위에서는 물안보와 기후 위기 대응, 물·에너지 연계성과 같은 공통 핵심지표를 두고, 유역 단위에서는 물 가용성, 위험 변화, 수요 집중도, 취약지역 분포, 대체수원 확보 수준을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자체 단위에서는 주민 체감도, 서비스 지속성, 위기 대응 속도, 취약지역 보호 수준을 중심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실시간 자료와 검증 자료를 나누는 구조도 제시됐다. 실시간 자료는 조기경보와 현장 의사결정을 돕는 운영지표로 먼저 활용하고, 품질검증을 거친 자료는 예산 환류와 정책평가에 쓰는 확정지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위해 물모아를 단순 정보 제공 시스템이 아니라 유역별 운영자료, 위험정보, 공공 인프라 성과, 대규모 수요시설 정보를 연결하는 통합 성과관리 플랫폼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과지표와 예산을 연결하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봤다. 지표 결과가 사후 점검자료에 그치지 않고 예산 편성, 사업 우선순위, 재정지원 기준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취약지역에 일률적으로 불이익을 주면 물서비스 격차가 더 커질 수 있어 기본 인프라 지원과 성과 인센티브를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제화 과제도 제시됐다. 물관리기본법에는 국가·유역·지자체 계층형 지표 원칙과 운영·확정 지표 구분,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전문기관 역할, 물모아 기반 성과관리 방향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수도법에는 서비스 지속성과 비상급수 대응능력, 대체수원 확보 가능성, 재난 이후 복구 속도 등 회복탄력성 지표를 반영할 수 있다. 하수도법에는 에너지자립률, 에너지 원단위, 자원회수 성과, 온실가스 저감 실적 등 물·에너지·탄소중립 연계 지표를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하천법과 유역관리 제도에는 홍수·가뭄 위험도, 조기경보 실효성, 유역별 취약성, 생태·수질 회복 수준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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