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오늘] 접근금지 끝나자 찾아온 남편…아내는 결국 살해당했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3일, 오전 12:01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해 6월 23일 아내를 살해한 60대 중국인이 반년 전에도 협박 혐의로 약식기소됐던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명령까지 내려졌지만 비극은 막지 못했다. 접근금지 종료 직후 60대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하기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종료된 지 일주일 만에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60대 중국인 남성이 지난해 6월 21일 오후 구속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트북 가지러 왔다” 속이고 현관 들어가

사건이 발생한 날은 지난해 6월 19일이었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 14분께 인천 부평구의 한 마트에서 흉기를 구매한 뒤 주거지 복도에서 아내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트북을 가지러 왔다고 속인 뒤 출입문을 열게 한 것이었다. 이후 현관으로 들어간 A씨는 “이혼도 안 해주고 돈도 없는데 어디 가서 살라는 말이냐”라며 피해자를 수차례 가격하고 흉기로 수십차례 공격해 살해했다.

조사 결과 A씨는 2024년 12월 17일 B씨를 흉기로 협박한 혐의로 퇴거 및 접근금지 등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당시 법원은 이듬해 6월 12일까지 2회에 걸쳐 조치를 연장했고 접근금지 기간은 2025년 6월 12일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A씨는 임시조치 기간이 끝난 뒤인 15일부터 18일까지 3회가량 B씨의 주거지로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아내가 자신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생활비 지원을 거절했다며 살해를 마음먹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사흘 전 A씨가 아내를 찾아갔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피해 위험도를 긴급 임시조치 기준인 3점보다 낮은 2점으로 평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사건 당일 경찰서를 방문해 스마트워치 지급과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을 문의하려고 했지만 이 같은 조치가 적용되기도 전 범행에 노출되고 말았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접근금지 기간이 끝나고 찾아갔는데 집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었고 무시당해 화가 났다”고 주장했다. 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전 “나는 잘했다고 여긴다”며 “미안한 거 없다”고 했다.

◇“전혀 반성 안 하고 피해자에게 책임 떠넘겨”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범죄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제삼자에 대한 재범 위험성은 없으니 전자발찌 부착 청구는 기각해 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임시 조치 종료 뒤 3차례에 걸쳐 집을 찾아갔다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 둔기를 구입해 머리 부위를 26차례 가격했다”며 “죄질이 나빠 전자발찌 부착 명령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혀 반성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며 사전에 구입해 소지한 흉기로 B씨를 살해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극히 나쁘고 비난가능성이 크다”며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이어 “범행 전 준비 정황, 살해 소요 시간, 범행 도구, 가격 부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범행은 계획적이고, 그 범행수법이 매우 잔인하다”며 “범행 후의 정황도 극히 좋지 않다. 피해자의 유족은 이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크나큰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관해 새롭게 참작할 만한 특별한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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