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성과급'도 파업 대상? 모호한 법이 갈등 키웠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3일, 오전 05:03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100일이 지나면서 성과급이 새로운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판례는 성과급을 파업 등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아 왔지만, 노란봉투법이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까지 확대하며 성과급도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정면으로 맞서면서다.

특히 최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을 단순한 임금 인상으로 볼지, 아니면 기업의 이익 배분과 경영권에 대한 사안으로 볼지에 따라 노사 관계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임금 협상을 넘어 영업이익 배분 등이 단체 교섭의 의제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원청과 하청노조가 동시에 성과급을 요구하는 ‘공동 하투’(夏鬪·노동계 여름투쟁)가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직접 삼성전자 노사 협상을 주도해 해석 범위를 확대한 만큼 대법원 판례가 나올 때까지 노사관계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N% 성과급’ 들불처럼 번져…전문가들 “N%는 쟁의 대상 어려워”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카카오, 현대차 노조는 각각 영업이익의 12%, 13~14%, 30%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와 HD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카카오, 신세계 등 산업계 전반에서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는 상황이다.

삼성전기 노사는 성과급 재원 규모를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한국노총 가입 준비에 나섰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10일 창사 이래 첫 부분 파업에 이어 오는 29일 추가 파업을 진행하고, 현대차 노조는 오는 24일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한다.

쟁점은 성과급이 노동쟁의 대상인지 여부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 세 가지다.

이중 노동쟁의 범위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되면서 노동계는 성과급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쟁의 범위가 확대하며 성과급을 파업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반 성과급의 경우 쟁의 대상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N% 성과급으로 불리는 ‘특별성과급’은 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업이익이 전체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임금, 성과급 등 비용을 모두 제외한 순이익을 의미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를 직원들에게 다시 분배하는 것이 성과급의 개념은 아니라는 얘기다.

성과급은 말 그대로 A, B 등 성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개념인 반면 삼성전자가 도입한 특별성과급은 성과 측정 없이 영업이익을 배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상법에 따라 영업이익과 관련한 결정은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들어 특별성과급의 경우 상법을 배제한 노사 협상안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적자가 나더라도 성과급을 준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고정적 성격의 성과급이 될 수도 있어 이것도 쟁점”이라며 “영업이익 성과급을 임금으로 봐야할지 등 여러 쟁점들에 대해 중노위든 법원이든 판정을 내리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 원청·하청노조, 공동 하투…성과급 논쟁 일파만파

하청노조도 원청에 성과급을 요구하기 시작하며 하반기 원청과 하청노조의 공동 하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의 물류 하청업체인 피엔에스로지스와 한화오션의 사외 하청 업체인 웰리브 등이 이미 원청에 성과급을 요구하는 행동에 돌입했다.

노동위 판결이 대부분 하청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도 하청노조의 요구 확산에 힘을 싣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법 시행 100일간 노동위에서 원청교섭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원청은 총 141개소다. 노동위는 103개소에 대해 판정을 내렸는데, 이 중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원청은 103개소(91.1%)에 달한다. 노동위가 원청 10곳 중 9곳에 대해 하청노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6~7월 중으로 원·하청 교섭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노위에 접수되는 조정 사건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심을 진행하는 중노위는 초심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건마저 결정을 뒤집으며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중노위는 지난 4일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초심에서 기각 결정이 나왔던 중흥토건·중흥건설의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노란봉투법이 해석의 물꼬를 튼 탓에 하청 노조도 원청의 영업이익이 잘 나왔다고 해서 성과급을 요구하는 등 현장 혼란이 심각하다”며 “법을 모호하게 바꾼 탓에 ‘성과급’ 내용을 담아서 명료하게 재입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려면 4~5년 정도 걸릴텐데 문제는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이 2년 정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게 전부 기업에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투자자보호연합회 소속회원들이 지난 6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 사측과 노조의 'N% 성과급' 합의 반대 및 '투자자보호원'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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