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불법촬영·허위영상물 피해 '전 애인' 가해 14%→43%

사회

뉴스1,

2026년 6월 23일, 오후 12:00

여성의 불법촬영물·허위영상물 피해에서 '전 애인'이 가해자인 비율이 3년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양상은 뚜렷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성평등가족부는 만 19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 남녀 1만 1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책 수립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다.

친밀관계 디지털성범죄 피해 두드러져
조사 결과 평생 기준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오프라인 성폭력 피해가 아닌 PC·휴대전화와 같이 통신매체를 이용한 피해 경험률은 2022년 9.8%에서 2025년 7.6%로 줄었고 성기노출 등 목격 피해는 9.3%에서 5.9%로, 성추행 피해는 3.9%에서 2.4%로 각각 감소했다.

반면 전 애인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여성 응답자를 기준으로 불법촬영물·허위영상물 피해의 가해자가 '전 애인'이라고 답한 비율은 2022년 13.8%에서 2025년 42.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재 만나는 애인에 의한 피해 비율은 10.3%에서 18.1%로, 배우자에 의한 피해 비율은 6.0%에서 13.4%로 늘었다.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성폭력 관련 사회적) 통념 수준은 개선됐고 법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졌지만 실제 행동으로 완전히 안착되지는 않은 것"이라며 "인식과 행동 사이의 격차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의 경우에도 전 애인이 가해자인 비율은 2022년 5.6%에서 2025년 14.6%로 증가했다.

유포자의 협박을 계기로 불법촬영물·허위영상물 유포 피해를 인지하는 경우도 급격히 늘었다. 지난 2022년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유포 피해 인지 경로는 '주변 지인을 통해'가 75.1%였고 유포자 협박에 의해서라고 응답한 경우는 없었다. 반면 2025년 조사에서는 '주변 지인을 통해'가 34.1%, '유포자의 협박을 계기로'가 32.3%로 늘었다.

성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은 여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는 '밤늦게 혼자 다닐 때 성폭력을 겪을까 봐 두렵다'는 응답이 53.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집에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의 방문 40.4%, 택시·공중화장실 혼자 이용 39.4% 순서로 높게 나타났다.

(성평등부 제공)

피해자 책임 전가·2차 피해 여전
성폭력 관련 통념은 개선되는 추세지만 피해자 책임 전가와 의심 인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이다'에 동의한 비율은 38.7%였다. 성별 비율로는 남성이 44.0%, 여성이 33.1%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이후 2차 피해 경험도 확인됐다.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은 '피해 사실을 주변 사람에게 말해봐야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경험이 16.0%로 가장 높았다. '네가 그런 행동을 할 여지를 주었다'는 12.6%,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는 11.4%였다.

성폭력 피해 이후 경찰 신고율은 1.8%에 그쳤다. 여성은 2.4%, 남성은 0.7%였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가 전체 73.0%로 가장 높았다.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수요에서는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 마련'이 45.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 33.0%, '피해자 지원 서비스 강화' 32.2%, '가해자 재범방지 처분 강화' 28.7% 순이었다.

피해자 지원기관 인지도는 해바라기센터 등 피해자 지원기관 73.6%, 여성긴급전화 1366 70.2%,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61.8%로 조사됐다. 불법촬영물 등과 신상정보 삭제 지원 인지도는 57.2%, 불법촬영물 등과 신상정보 대리인 삭제지원 요청권 인지도는 48.2%였다.

(성평등부 제공)

내년부터 '여성폭력 통합실태조사'로 개편
성평등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제폭력 대응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이 조속히 마련되도록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할 방침이다. 디지털성범죄 통합 대응을 위해 예방, 수사, 차단, 피해자 지원 전 과정의 범부처 협력도 확대한다.

또 AI 기술 기반 피해 지원과 상담창구·지원 제도 홍보를 강화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폭력예방교육을 강화한다.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은 다음 달부터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성폭력 사건 발생 시 기관의 불이익 조치 금지 대상에 '조력자'를 포함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친고죄 폐지 등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제도 안내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대국민 인식개선 홍보도 추진한다.

성폭력 안전실태조사는 내년부터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 등 개별 실태조사를 합친 '여성폭력 통합실태조사'로 개편한다. 그간 개별법에 따라 폭력 유형별로 실시한 실태조사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라 통합적으로 조사할 근거가 마련됐다.

김성철 성평등부 안전인권정책관은 브리핑에서 "내년부터 실시하는 여성폭력통합실태조사 조사는 조사 규모를 2만 5000명으로 확대 추진 예정"이라며 "종합적인 피해 현황을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 증가와 2차 피해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디지털성범죄와 교제폭력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도움을 요청하고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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