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분산 투자·철저한 리스크 관리 노하우, 퇴직연금에 접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3일, 오후 09:41

[이데일리 양지윤 조민정 마켓in 허지은 기자] “최근 5년간 3%대 수익률에 연간 수수료만 2조원입니다. 가입자 84%가 연금 대신 일시금으로 받는 현 퇴직연금 구조로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수 없습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3일 온라인 기자설명회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따른 국민연금 참여 필요성을 강조한 배경에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단순히 국민연금의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수익·고수수료 구조에 갇힌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공적 연기금의 등판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퇴직연금 시장, 저수익·일시금 수령…“노후소득 보장 기능 약해”

김 이사장은 ‘전문성에 기반한 수익률 제고’와 ‘비영리 서비스를 통한 가입자 환원’을 퇴직연금 시장 참여의 이유로 들었다. 현재 501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은 개인이 금융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계약형’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투자 전문가가 아닌 가입자가 투자 판단과 위험을 직접 부담하다 보니 자산의 상당 부분이 연 1~2%대 안팎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 머물러 있다. 실질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게 공단의 판단이다.

공단은 1600조원이 넘는 거대 기금을 분산 투자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다져온 노하우를 퇴직연금 시장에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이사장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연간 2조원의 수수료를 벌 때 국민연금은 그 3배가 넘는 기금을 운용하는 데 인건비와 수수료 등이 3조원”이라며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에 참여할 경우 민간 대비 3분의 1 수준의 수수료로 3배 이상의 수익률을 가입자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공단이 진입하는 영역은 340여개 공공기관, 40만명의 종사자를 아우르는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형 퇴직연금’이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 중인 중소기업 퇴직연금 제도인 푸른씨앗과 별도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기금이 참여하는 새로운 공공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대기업과 일반인까지 문호를 넓힌 영국 네스트(NEST)와 호주의 공공부문 연금펀드를 모범 벤치마킹 사례로 꼽았다.

◇국민연금 “수익률·수수료 개선” vs 금융권 “퇴직연금 진입 교두보” 우려

금융권에서는 공공기관 개방형 모델이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시장 참여를 허용하면 막강한 운용 규모와 조직 인프라를 바탕으로 향후 일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대형 통합기금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혀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향후 국회 법 개정이나 정부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국민연금의 참여 범위가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 임원은 “국민연금이 직접 플레이어로 들어오는 순간 공정한 운동장이 될 수 없다”며 “낮은 수수료와 국가적 네트워크를 무기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면 자율적인 민간 금융 생태계는 고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공적 연기금이 퇴직연금을 통합 운용하다가 시장이 급변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과 재정적 부담은 국가와 가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위험 관리 문제를 짚었다.

퇴직연금 개혁 논의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공적 연기금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노사정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 산하 실무작업반에서 공공기관 개방형 모델과 국민연금 참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공기관 개방형 모델을 비롯해 국민연금이 구상하는 참여 방식은 아직 검토가 필요한 단계라는 입장이다. 실무작업반은 오는 7월 말까지 제도 설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택시장과 시니어하우징(노인복지주택) 투자 구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민연금이 본연의 역할을 넘어 주거복지 사업까지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철저하게 수익성을 전제로 한 주거용 부동산 투자”라며 “해외 주요 연기금들도 임대주택 투자를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익률 제고와 사회적 기여를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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