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봐, 이거 대박이야"…`eSIM 다단계 사기` 피해자만 수백명 [only 이데일리]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3일, 오후 08:35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정유진 수습기자] K 콘텐츠 등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한 다단계 사기로 수백명의 피해자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외국인 대상 한국 이심(eSIM·스마트폰에 내장된 디지털 유심) 판매 사업을 내세운 이 업체가 외화벌이 사업과 고수익 복리 구조를 내세워 투자자들을 현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 수익을 지급하는 이른바 다단계 사기(폰지 사기) 구조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논란이 된 이심(eSIM) 판매 사업 업체가 사업을 홍보할 당시 쓴 자료(왼쪽)와 출금 지연을 알리는 공지. (출처= 제보자, 피해자 단톡방 모임)
2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 같은 내용의 A 사와 관련된 신고를 여러 건 접수하고 현재 수사에 착수했다. 강남경찰서에도 관련 고소장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민원 역시 피해자 관할 경찰서로 순차 배당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관련 고소장이 여러 건 접수돼 수사팀에 배당했다”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피해자들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도 제기했다. 청원인은 “eSIM 판매 사업을 내세워 회원을 모집한 뒤 출금이 중단됐다”며 수사기관의 신속한 진상 규명과 피해 구제를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동의 시작 첫날 100명 이상의 찬성 요건을 충족해 국회청원심사규칙에 따라 공개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피해자의 규모는 수백명을 훌쩍 넘는다. 현재 피해자들이 운영하는 카카오톡 대화방 2곳에는 총 800명 이상이 참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건 피해자를 모집 중인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전체 피해 금액이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의뢰인 피해액만 합쳐도 2억원 정도이고 소액 피해자도 많다”고 말했다.

◇복리 수익·추천 수당 내세워 회원 모집

피해자들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이심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라고 홍보하며 회원을 모집했다. 회원 모집은 주로 기존 가입자가 가족이나 지인 등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심 1장을 판매하면 7~10%의 마진을 지급하고, 하부 회원을 모집할 경우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다단계 구조로 운영됐다.

올해 200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충분한 사업성이 있다고 투자자들을 유혹했다는 설명이다. 한 피해자는 “BTS(방탄소년단) 콘서트 등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많다. 관광객들에게 판매할 이심 수요가 폭발적이라는 식으로 투자 권유를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회원 등급은 1레벨부터 시작해 모집 실적에 따라 상승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이었다. 업체는 6레벨 이상이 되면 월급과 등급수당, 하부 조직 인센티브 등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판매 수익은 복리 방식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고 회원 유치를 위한 등급 승급 이벤트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달 중순부터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업체가 지난 3일 연례회를 이유로 추가 마진과 상품을 내걸어 자금을 더 모집한 뒤, 16일쯤부터 “회사 통장이 정지됐다”는 이유로 정산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업체는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출금을 정상 처리하겠다고 공지했지만, 같은 날 오전 출금을 원하는 회원들에게 보유 자산의 20%를 세금 명목으로 가상화폐 테더(USDT)로 먼저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오후 3시께 사이트 운영이 중단됐고 현재까지 출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피해자들은 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해오다 자금 흐름이 막히자 추가 입금을 요구했고, 이후 사이트를 폐쇄한 폰지 사기라고 보고 있다. 피해자 손모 씨는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전산상 판매 실적이 보였고 실제 이심 사업자도 많아 정상 사업으로 믿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과 남편 명의로 총 1100만원을 투자해 약 500만원을 회수했지만 나머지 금액은 돌려받지 못했다고 했다.

국세청 사업자등록 정보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2024년 인천 연수구에 설립된 법인이다. 등록 업태와 종목은 서비스업, 도·소매업, 상품권 매매업, 전자제품 유통업, 전자상거래 소매업 등으로 기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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