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건강검진 때 받던 골밀도 검사가 과잉의료?[안치영의 메디컬와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4일, 오전 05:51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매년 건강검진 때 받던 골밀도 검사가 ‘과잉의료’로 분류돼 관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해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가려내는 ‘저가치 의료’(Low-value care) 관리 체계 구축에 나서면서다. 골밀도 검사뿐 아니라 고령층의 ‘전립선암 검사’(PSA) 등도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의료계에서는 향후 급여 기준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보재정 부담 증가”…제한적 효과 검사·치료 줄인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최근 ‘건강보험 청구자료 기반 저가치의료 측정지표 개발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방안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저가치 의료는 비용 대비 효과가 낮거나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크지 않은 의료행위를 의미한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은 이미 관련 지표를 개발해 과잉검사와 과잉치료를 줄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저가치 의료 관리에 나선 배경은 건강보험 재정 부담 증가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 이용량이 꾸준히 늘면서 건강보험 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제한된 재정 안에서 필수의료와 중증질환 치료에 재원을 집중하기 위해 효과가 제한적인 검사와 치료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건보공단이 제시한 후보 지표 가운데 눈에 띄는 항목은 골밀도 검사다. 연구진은 특별한 위험 요인이 없는 환자가 첫 검사 후 2년 이내 다시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경우를 저가치 의료 가능성이 높은 사례로 분류했다.

골밀도는 짧은 기간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국제 진료지침도 일반적으로 1~2년 이상의 간격을 두고 추적 검사를 권고한다. 정상 소견을 받은 사람은 검사 주기를 더 길게 잡기도 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건강검진이나 외래 진료를 통해 매년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복 검사는 의료비 증가뿐 아니라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환자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검사 오차 범위 내 수치 변화가 질환 악화로 해석될 경우 추가 검사나 치료가 이뤄질 수 있고, 위양성 결과는 환자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건보공단 연구진은 이외에도 단순 요통 환자의 요추 영상검사, 단순 두통 환자의 두부 영상검사, 실신 환자의 두부 영상검사 등을 저가치 의료 후보군으로 제시했다. 약물 분야에서는 급성 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과 65세 이상 고령층의 벤조디아제핀 장기 사용 등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항목은 의료계에서도 오랜 기간 과잉의료 논란이 제기돼 온 분야다. 예를 들어 단순 요통의 경우 특별한 신경학적 이상이 없다면 초기 영상검사가 치료 결과를 크게 개선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돼 있다. 감기 등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 역시 항생제 내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저가치 의료 사례로 꼽힌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 포스터 중 일부.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심평원도 불필요 검사 관리 강화 움직임…의료계는 ‘우려’

현재 단계에서는 연구용 후보지표에 불과하지만 의료계가 민감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향후 활용 가능성 때문이다. 건보공단의 연구 결과가 적정성 평가나 의료이용 모니터링, 급여 관리 정책 등에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이미 골밀도 검사의 인정 횟수와 추적 검사 주기를 사후 점검 항목으로 관리하는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심평원이 반복 검사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건보공단까지 저가치 의료 모니터링에 나서면서 관련 검사에 대한 관리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계는 우려를 나타낸다. 같은 검사라도 환자의 나이와 질환 상태, 골절 위험도에 따라 필요성이 달라질 수 있는데 단순 청구자료만으로 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향후 삭감이나 규제로 이어질 경우 꼭 필요한 검사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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