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세력에 빌미 준 선관위' 시국선언 하자 '빨갱이' 비판 돌아왔다"

사회

뉴스1,

2026년 6월 24일, 오전 06:10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4학번 김민수 학생이 22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6.22 © 뉴스1 신윤하 기자
"제 대자보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철저히 개혁해야 한단 내용이었는데, '너 빨갱이냐'는 비난이 돌아왔습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나 '윤어게인' 세력과 거리를 두어야 한단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이유만으로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4학번 김민수 씨(22)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와 관련해 '내란 세력에게 빌미를 준 선관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작성, 지난 10일 시국선언에 참여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해당 대자보는 단순히 선관위 개혁을 촉구하는 것을 넘어, 이번 사태로 힘을 받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휩쓸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올린 시국선언 영상은 23일 기준 428만회의 조회수와 4만 5000개의 공감을 기록했다.

김 씨의 시국선언에 호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국선언 이후 김 씨를 '극좌 학생'이라고 표현하며 비난하는 유튜브 쇼츠 영상은 50여만회 조회수를 기록했고, 다수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서 김 씨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사이버불링'이 자행되고 있다.

김 씨를 비난하는 쪽이 문제 삼은 것은 그가 극우, 부정선거 음모론자와는 선을 그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선관위 규탄과 동시에 부정선거 음모론자를 비판한 김 씨의 시국선언에 대해 '정치적이다', '빨갱이다'라며 비난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공론장에 나온 상대를 빨갱이로 지칭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나타났다.

"부정선거 세력과 거리 둬야 선관위 개혁할 수 있어"…대자보 쓴 이유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씨는 사이버불링에는 의연하면서도, 부정선거 음모론에 흔들리지 않고 선관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키는 모습이었다.

김 씨는 "부정선거·윤어게인 세력과는 거리를 둬야 민주주의를 수호하면서 선관위를 개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선거나 계엄을 옹호하는 세력에게 선관위의 부실 선거가 힘을 실었다는 주장이 듣기 싫다고 해서, '극좌'라고 지칭하는 건 공론장에서 바람직한 논의의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대자보를 쓰기로 한 것은 지방선거 본투표일 다음날인 4일이었다. 김 씨는 같은 과 학생들과 이번 사태와 관련해 토론하면서 자료를 찾다가 '선관위에 의해 부정선거가 일어났고, 이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일으켰던 이유'라는 취지의 영상을 보게 됐다.

김 씨는 "소위 말하는 '윤어게인'이 선관위의 부실선거를 근거로 계엄을 옹호하는 주장을 하는 영상들이었는데, 이를 시민들이 수용하고 있었다"며 "단순히 선관위만 규탄해선, 부정선거 세력이나 윤석열의 계엄을 옹호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내지 않겠냐는 우려가 들었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판하는 것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힘을 싣거나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정당화하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김 씨는 선관위의 부실 선거에 대한 비판과 부정선거 음모론은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대자보를 썼다.

김 씨는 "일각에선 저를 극좌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제 자신을 민주시민으로 규정하고 있고, 일련의 상황을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자정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며 "선관위를 규탄해야 하는 사람은 부정선거나 계엄을 옹호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계엄을 막아내고 민주주의를 수호했던 시민들이란 믿음으로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연세인 시국선언에서 학생들이 선거관리위원회 규탄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26.6.10 © 뉴스1 박정호 기자

"좌우 문제 아니라면서 '빨갱이냐' 공격…윤어게인, 시민 분노 이용"
김 씨는 자신의 시국선언이 '정치적'이라는 비난엔 개의치 않았다. 어떻게 무슨 목소리를 낼지 정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인데, 선관위와 부정선거 음모론을 동시에 비판하는 자신의 목소리만 '정치적'이라며 비판하는 게 논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령 부정선거 음모론은 비판하지도 말고 선관위만 규탄하는 '순수한' 목소리를 내라는 요구 역시 정치적인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김 씨는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목소리를 낼지 정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지 않냐"며 "조금 다른 목소리도 내지 못하게 막는 발언들은, 지난해 계엄을 옹호했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세력들한테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김 씨가 시국선언을 하고 나선 현장에서 박준영 자유대학 대표가 반발하기도 했다. 자유대학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며 윤어게인을 외쳐온 단체다.

김 씨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나 윤어게인 세력이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을 오히려 정치적 레토릭(수사법)으로 사용하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음모론 확산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나 윤어게인 세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레토릭(수사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에겐 '빨갱이냐'고 공격한다"며 "결국 이들은 음모론 확산을 위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이용하려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빨갱이냐'와 같은 극우적인 공격으로 인해,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관위를 모두 비판하고 싶은 청년들이 공론장에 나오지 못하고 위축됐다. 김 씨는 더 나은 공론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부정선거 음모론 등과 이번 사태를 확실히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 씨는 "제 대자보와 시국선언이 화제가 된 것은 많은 시민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빨갱이다' '화짱조(중국인 비하 표현)다' '중국인이다'라는 비난이 무서워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논의 방향을 명확하게 갈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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