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개표소 시위'에 일상이 무너졌다…올공 직원들의 눈물[르포]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4일, 오후 04:01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권아인 수습기자]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데 왜 너네가 막고 난리야. 너희 공산주의자야? 간첩이야?”



23일 오전 8시 48분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입구. 1인 시위를 준비하던 70대 남성 A씨가 올림픽공원 일대를 순찰하던 한국체육산업개발 공원서비스팀 소속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욕설은 하지 말아달라”는 직원들의 만류에도 A씨의 불만은 이어졌다. A씨를 경찰에 인계하고 나서야 직원들은 다시 순찰을 이어갈 수 있었다.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입구에서 1인 시위를 준비하던 70대 남성 A 씨가 이를 제지하는 한국체육산업개발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며 항의하고 있다.(사진=권아인 수습기자)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입구에서 1인 시위를 준비하던 70대 남성 A 씨가 이를 제지하는 한국체육산업개발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며 항의하고 있다.(사진=권아인 수습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시위’가 20일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핸드볼경기장 일대를 사실상 무단으로 점거했다. 자연히 올림픽공원 내 경기장 및 각종 시설물을 관리하는 한국체육산업개발 소속 직원들의 육체적·정신적 피로는 한계에 다다랐다.

이데일리는 이날 오전 한국체육산업개발 공원서비스팀의 오전 순찰에 동행해 변질된 시위 양상과 직원들의 고충을 취재했다.

이날 오전 7시 50분 이른 아침부터 공원서비스팀은 회의를 시작했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시작 이후 순찰 주의사항이 추가됐다. ‘시위 참가자들에게 목소리를 높이면 안 된다. 그들과 말싸움을 해서도 안 된다. 가급적 차분하게 설명해야한다’ 등의 내용이다.

오전 순찰 근무자였던 김모(61) 매니저는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여전히 힘들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공원에서 하는 일이 계도와 단속이다 보니 시위 참가자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다”며 “시위 참가자들의 수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시위 참가자들의 태도는 오히려 호전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한국체육산업개발 공원서비스팀 직원이 경기장에 무단으로 설치된 텐트를 살피고 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23일 오전 한국체육산업개발 공원서비스팀 직원이 경기장에 무단으로 설치된 텐트를 살피고 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이들의 순찰 코스는 핸드볼경기장~올림픽수영장~몽촌토성을 거쳐 다시 핸드볼경기장으로 돌아오는 약 4.5㎞ 구간이다. 이 두 곳의 경비 인원은 6~8명으로 시위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순찰 시간도 배로 늘었다.

경기장 일대는 손팻말과 텐트 등으로 뒤덮혀 본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밤샘 시위를 위해 시위대가 무단으로 설치한 텐트와 모기장, 천막 등은 새로운 골칫거리가 됐다. 핸드볼경기장 출입문 10곳 중 9곳에는 텐트와 모기장이 설치된 상태다. 공원 관리 규정상 이는 불법이다. 안전사고 우려가 있지만 시위대의 항의 탓에 섣불리 철거할 수도 없다고 했다.

시위가 장기화하며 노숙인들이 텐트에 머무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식사와 간식을 무료제공할 뿐만 아니라 잠자리 다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소문이 퍼진 탓이다. 순찰 때마다 직원들이 텐트 안을 살피고 철거를 고지하지만 시위대의 반발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계속되는 긴장 상황에 현장 직원들의 피로는 한계에 다다랐다.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직원도 생겼다.

김 매니저는 “내가 잠꼬대로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외치자 아내가 화들짝 놀라 나를 흔들어 깨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B 씨는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면 머리속이 멍해지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며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극심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 C씨는 “시위 초반에는 ‘평화시위’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들과 공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지금은 시위대가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순찰차에 오른 C씨의 시선은 여전히 시위대가 모인 방향에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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