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사진=연합뉴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을 선언하되, 입법자의 의사를 존중해 형식적으로 효력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헌법불합치 결정된 이번 조항은 내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번 사건 심판대상은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 중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하거나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를 재심 청구권자로 규정한 조항이다.
청구인들은 지 주교 조카를 비롯해 1948년 이른바 ‘여수·순천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 법적 절차 없이 1950년 6~7월 사이 방첩부대, 헌병대, 경찰 등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들의 조카와 제수다. 이들은 각 판결에 대해 재심청구를 했으나 법원이 앞선 형사소송법상 재심 청구권자 관련 조항을 근거로 이를 기각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쟁점은 앞선 형사소송법 조항이 재심 청구권자가 아닌 친족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제2조 제1항 제3호가 규정한 ‘한국전쟁 전후 시기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같은 법 조항 제4호가 규정한 ‘권위주의 통치기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에 한해 형사소송법 관련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심판대상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것”이라며 “이는 정당하고 적정한 재판이라는 법치주의의 또 다른 이념을 도외시한 것으로서 재판청구권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단 단순 위헌 선고가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단순 위헌 결정을 해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키게 되면, 동일 유형의 사건에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 역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어지게 돼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외 합헌 의견을 낸 2명의 재판관은 “재심 청구권자를 한정하는 것은 구체적 정의 내지 재판의 적정성과 법적 안정성을 조화시키고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지나치게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친족이 없는 경우에도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에 의한 직권재심청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