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새끼 벨루가와 어미 벨루가. (사진=거제씨월드)
지난 1일 경남 거제씨월드에서 태어난 새끼 벨루가가 생후 3일 만에 폐사했다. 거제씨월드는 출산 전후 24시간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인공 포유 등 조치를 취했지만 새끼가 충분한 초유를 섭취하지 못한 채 숨졌다고 밝혔다. 벨루가는 어미의 돌봄과 초기 자연 수유가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출산 이후 어미 개체가 새끼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숨진 새끼 벨루가는 2014년 거제씨월드 개장 이후 확인된 17번째 폐사 사례다. 지난 1월에는 큰돌고래 ‘마크’(17)가 만성 폐렴과 심낭염 등으로 폐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1월 거제씨월드에서 숨진 돌고래 '마크' (사진=거제씨월드)
무엇보다 이번 폐사는 2024년 같은 시설에서 태어난 새끼 큰돌고래가 생후 10일 만에 숨졌을 때와 닮아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시 동물보호단체와 해양환경단체들은 수족관 내 출생 개체도 동물원수족관법상 금지된 ‘신규 개체 보유’에 해당한다며 거제씨월드를 고발했다. 2023년 시행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은 고래류의 신규 전시·사육을 금지하고 있다. 수족관 내 고래류 개체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 장기적으로 전시와 체험을 중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수족관에서 태어난 개체를 법이 금지한 ‘신규 개체 보유’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이후에도 관련 법 해석은 2년째 결론 나지 않았다. 그 사이 또 다른 새끼 벨루가가 태어난 뒤 숨졌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2년 전 제기됐던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이슈행동팀장은 “2년 전 거제씨월드에서 새끼 큰 돌고래가 숨졌을 당시 고발을 했었고 당시에도 해수부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아 국정감사를 통해 한 번 더 질의를 드렸었다. 그때도 ‘신규 개체 보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신규 개체 보유’에 대한 법리 해석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의미”라며 “이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법의 취지를 달성하려고 했다면 그 사이에 법리 해석에 대한 정리가 됐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는 ‘신규 개체 보유’에 대한 법리를 계속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해수부 해양생태과 관계자는 해당 규정에 대해 “기본적으로 전시 목적의 신규 개체 반입을 막기 위한 취지”라면서도 “수족관에서 자연적으로 태어난 개체를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를 두고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의성 여부와 개별 사실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최근 동물자유연대가 고발한 사건도 있는 만큼 수사기관 판단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지자체 등과 이달 안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 임신과 출산, 폐사 경위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17번째 죽음 이후…남은 9마리의 미래는
새끼 벨루가 폐사를 둘러싼 논란은 거제씨월드 내 개체들의 거취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거제씨월드에는 벨루가 3마리와 큰돌고래 6마리 등 총 9마리의 고래류가 남아 있다. 거제씨월드는 지난해 정부의 벨루가 해외 반출 불허 처분과 관련해 지난 3월 낙동강유역환경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거제씨월드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에 따라 2028년 12월부터 새로운 허가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현재 시설로는 허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지금부터 약 2년 반 안에 남아 있는 고래류의 거취와 생추어리 조성 여부 등에 대한 결론이 나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해외 생추어리 이송이 가능하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재 벨루가를 추가로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다”며 “정부가 국내 생추어리 조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남은 돌고래들의 죽음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동물자유연대는 생추어리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 필요한 것은 거제씨월드 시설 개선과 법 집행이라고 보고 있다.
정 팀장은 “바다쉼터는 과거부터 여러 단체가 요구해 온 방안임에도 예산 확보와 입지 선정 등 현실적인 과제가 적지 않다”며 “바다쉼터가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지금은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부터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정 팀장은 “시설 안에서 번식이 계속 이뤄진다는 것은 암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며 “수온 조절과 수질 관리, 전문 의료 지원 체계 등 기본적인 사육 환경 개선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신규 개체 보유가 금지된 상황에서 시설 안에서 계속 증식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문제는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해수부도 생추어리 조성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생추어리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지만 국내 바다 환경에서 실제로 생추어리가 가능할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며 “하반기 중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