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6월 25일 당시 안병구 밀양시장 등 지역 관계자들이 경남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 시장은 “20년 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아직 그 상처는 제대로 아물지 못하고 많은 분의 공분과 슬픔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올바르게 이끌어야 했음에도 어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은 지역 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음에도 나와 우리 가족, 내 친구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안 시장은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앞으로 밀양시는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며 도시 시스템 재점검, 범죄예방 등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석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장이 훼손된 지역 이미지를 수습하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다소 추상적인 사과가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는 “(사건이 일어난) 2004년 당시는 지금이랑 성범죄에 대한 분위기가 달랐다.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오히려 2차 가해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시기”라며 “현재 시점에서 가해자들에 대해 다시 형사적으로 처벌이 가능한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법률적 검토를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만일 불가능하다면 왜 그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발표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YTN에 출연해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는 어떤 회복이 되었는지, 성범죄가 일어난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 가해자는 오히려 발 뻗고 자는데 피해자는 제대로 된 피해 회복도 받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이 부분에 대해서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발표했으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월 밀양 지역 고등학생들이 울산에 있는 여중생 자매를 1년간 집단 성폭행했으나, 사건에 가담한 44명 중 형사 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0명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대중의 분노를 샀다.
밀양시가 사과하기 한 달여 전부터 유튜버들이 가해자라며 여러 남성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사건은 다시 주목받았고, 사건 당시 일부 지역 주민이 가해자들을 감싸고 피해자를 향해 2차 가해성 발언을 한 인터뷰가 재조명되면서 밀양시청 홈페이지에 비난 글이 쏟아지는 등 민원이 폭주했다.
그러자 피해자들은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잘못된 정보와 알 수 없는 사람이 잘못 공개돼 2차 피해가 절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가해자들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한 유튜버가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았고, 피해자가 경찰에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한 지자체 공무원으로 근무한 아내로부터 빼돌린 가해자들 신상을 유튜브에 공개한 유튜버가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인터넷상 떠도는 정보를 근거로 가해자를 특정하고 이들을 중대 범죄로 기정사실로 해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우리 법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피해자 중 상당수는 밀양 성폭행 사건과 무관함에도 신상이 공개돼 사회·경제적으로 매장됐다”고 질타했다.
그뿐만 아니라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들에게 줄줄이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 16일에는 법원 내부망을 통해 사건 피의자 10여 명의 주민등록정보를 사적으로 조회한 혐의를 받는 법원 직원이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사건 피해자와 그의 동생은 유튜버들에게 사건 관련자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지난달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피해자 신분으로 확보한 판결문을 통해 가해자의 실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유튜버에게 공유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제 3자의 개인정보까지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 자매에 대한 선처와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이들을 “국가가 지키지 못한 피해자들”이라며 “당시 사법 체계가 가해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해 발생한 구조적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야말로 피해자들을 지켜줄 차례”라고 강조한 청원인은 “피해자는 사건 이후 학업 중단 등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왔으나, 가해자들은 평범한 일상을 누려왔다”고 지적했다.
또 “공적 처벌이 국민적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할 때 사회적 불신이 싹트고, 이게 사적 제재 등 부작용으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