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안 가도 암·중증질환 치료…지역병원 보상 대폭 늘린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5일, 오후 01:01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앞으로는 암이나 심뇌혈관질환 같은 중증질환 환자가 치료를 위해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아 장거리 이동에 나서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역 병원의 중증 수술과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건강보험 의료서비스 가격)를 대폭 높이고 비수도권 의료기관에 별도 가산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지역에서도 중증환자를 끝까지 치료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나섰다.

지역 우대수가 설명 내용(자료=보건복지부)
지역 우대수가 설명 내용(자료=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연간 3조 6000억원을 투입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수가 개편으로, 검사 중심이었던 건강보험 보상체계를 중증·필수의료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 수가 체계가 환자를 진찰하거나 입원 치료를 제공하고, 고난도 수술을 수행하는 분야보다 혈액검사나 CT·MRI 검사 등에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을 제공해 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역 병원들은 중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많은 전문인력과 시설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아 경영 부담을 호소해 왔다. 이 때문에 중증환자들이 지역 병원 대신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반복됐고, 지역 의료 공백도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심뇌혈관질환과 암, 응급 복부질환, 선천성 기형 등과 관련된 중증 수술·시술 1600여개의 수가를 20% 인상한다. 또 야간·휴일에 시행되는 수술과 응급수술에 대한 보상을 대폭 늘리고, 전신마취와 중증수술 동반 마취 수가도 50% 인상한다. 연간 9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중증환자 최종치료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의료에 대한 보상도 한층 강화된다. 비수도권과 경기·인천 의료취약지에는 지역 우대수가가 새로 도입된다.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이 시행하는 수술·처치에는 10%, 야간·휴일 수술·처치에는 추가 10% 가산이 적용된다. 인구감소지역 84개 시·군·구의 병원과 의원에는 진찰료와 입원료를 각각 5% 더 지급한다.

한 예로 전북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 응급환자에게 야간 동맥류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 현재 약 1050만원 수준인 보상은 개편 후 약 1702만원까지 늘어난다. 지역 병원 수입이 늘어나면 의사 또한 자연스레 지역에 남아 있을 가능성도 커진다. 정부는 지역 병원이 고난도 수술과 중증환자 진료를 지속할 수 있는 유인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료=보건복지부)
(자료=보건복지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치료를 담당하는 모자센터 지원도 확대된다. 정부는 모자의료 분야에 연간 1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중환자 치료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비수도권 모자센터에는 추가 가산을 적용해 지역에서도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소아 의료 지원도 강화된다. 소아 진찰과 입원, 중증수술 분야에는 연간 2000억원이 추가 투입된다. 중증 소아 수술에 대한 가산을 확대하고 소아 중환자실 처치 보상도 신설해 소아 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 재원을 혈액검사와 CT·MRI 등 과보상된 검사 분야 조정을 통해 마련한다. 검사 분야에서 연간 2조 6000억원의 과다지출을 줄이고 이를 지역·필수의료에 재투자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이 단순한 수가 인상을 넘어 지역에서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복원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 국민들이 사는 곳에서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병원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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