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패륜 상속인' 유류분 제한, 헌법불합치 당시 소송에도 적용"

사회

뉴스1,

2026년 6월 25일, 오후 05:22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이른바 '패륜 상속인'에게도 유류분을 줘야 하는지 다투던 소송에서 법 개정 전이라는 이유로 기존 유류분 제도를 적용한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대법원은 유류분 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던 유류분 사건에는상속권 상실 청구를 허용한 새 민법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5일 A 씨 등이 공동상속인 B 씨를 상대로 낸 유언무효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 등은 부친이 2021년 10월 사망하자 2022년 5월 공동상속인인 B 씨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했다. 해당 소송은 헌법재판소가 2024년 4월 유류분 관련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할 당시 진행 중이었다.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한다.

B 씨는 재판에서 A 씨 등이 부친을 장기간 유기해 부양의무를 저버리고 피상속인 재산을 횡령하는 등 패륜 행위를 했으므로 유류분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20년 이상 부친과 그 배우자를 실질적으로 부양하고 회사 운영을 통해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했으므로 유류분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1·2심은 B 씨가 A 씨 등에게 유류분 부족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구 민법 조항을 계속 적용할 것을 명한 만큼 기존 조항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공백과 혼란을 막기 위해 일정 시점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유지하는 결정이다. 통상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기존 조항이 계속 적용된다.

헌재는 2024년 4월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민법 1112조에 관해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도록 하고 해당 조항의 효력은 개정 전까지 잠정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헌재가 위헌성을 지적한 부분까지 계속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구 민법 조항 중 패륜적 행위를 한 상속인의 유류분을 제한할 근거가 없던 부분과 특별한 부양·기여를 유류분 산정에 반영할 수 없던 부분은 적용이 중지된 상태라는 것이다.

또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구 민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이던 사건에는 헌법불합치 결정 효력이 소급해 미친다고 봤다. 따라서 지난 3월 17일 개정된 민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개정 민법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유언집행자나 공동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가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해당 상속인은 상속권을 잃게 된다.

한편 개정 민법 부칙은 법 시행 전에 상속권 상실 사유를 알고 있던 공동상속인은 시행일로부터 6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처럼 법 시행 전부터 상속권 상실 사유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는 오는 9월 16일까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해야 한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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