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 능소화 명소 '노란대문집'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있다. 2026.6.26 © 뉴스1 김우진 수습기자
노란대문집은 카페나 식당 등 상업시설이 아닌, 일반 주민 거주하고 있는 주택이다. 노란 대문 위로 흐드러진 능소화가 아름답다고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졌다. SNS에는 '능소화 명소' '능소화 사진 맛집' 등의 키워드로 이곳의 주소를 공유하는 영상과 글이 퍼져있다.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SNS에는 노란대문집 이외에도 일반 주택 등을 '꽃 사진 명소'로 공유하는 글들이 많아지고 있다. 4월에는 벚꽃, 5월에는 장미, 6월에는 수국과 장미 등이 예쁘게 피어있는 주택의 주소를 적어 정보를 공유하는 식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집 주인들도 촬영 허가…상권도 환영
대부분 주택 주인들은 이런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을 막지 않는다. 곱게 가꾼 꽃을 알아봐 주는 관광객들을 쫓아낼 이유도 없고, 큰 민폐 없이 사진만 찍고 가면 제재할 필요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오히려 집 경관이 잘 가꾸어져 있단 것으로 유명해지는 것이다 보니 긍정적인 관심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다.
개화 시기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집 주인들도 있다. 장미 담장으로 유명한 경기 수원시 행궁동 소재의 '파란대문장미'는 집 주인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개화 시기를 알리는 등 관광객의 사진 촬영을 반겨왔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장미 담장 사진을 찾아보는 걸 좋아하시는 연로한 부모님을 위해서, 장미 철인 5월에 사진 촬영을 허용해 왔다는 게 집주인의 설명이다.
파란대문장미 집주인인 40대 정 모 씨는 뉴스1에 "부모님이 장미를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걸 확인하는 걸 좋아하셔서, 인스타를 개설해 장미 소식도 전하고 댓글에 좋아요도 누르고 계신다"며 "5월 꽃피는 시기에 (사진 촬영 인파로) 잠깐 불편해도 감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꽃 명소로 알려진 식당·카페 등도 사진 찍으러 찾은 시민들이 상권을 살린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꽃과 함께 사진을 찍으러 온 시민들이 인근 식당·카페를 찾기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하므로 전반적인 상권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능소화 명소로 알려진 '서촌식당' 사장 손성모 씨(59·남)는 "오히려 시민들이 꽃 보러 온 김에 커피 마시고 밥 먹으면 상권이 활성화되니까 저희는 좋다"며 "저희 가게에 사진만 찍으러 와도,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라며 웃었다. 이 식당은 낮 12시 좌석이 만석인 상태고 손님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같은 배려 속에, 시민들도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사진만 찍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노란대문집을 찾은 오지영 씨(53·여)는 "꽃 보는 취미가 있어서 뚝섬에 들렀다가, 네이버 블로그에서 봤던 이곳으로 넘어왔다"며 "이곳이 주택이니까 조용조용히 다니고 있다. 꽃 명소 자주 찾아다니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소란이) 걱정되는 곳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파란대문장미' 게시글 갈무리
일부 시민 꽃 훼손·쓰레기 버리기도…재물손괴·절도죄 해당
문제는 사진 명소로 알려진 주택들을 찾은 일부 시민들이 악의적으로 꽃을 훼손하거나 쓰레기를 투기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경기 수원시 행궁동 '파란대문장미'는 최근 누군가가 한밤중 무더기로 꽃을 잘라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피의자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파란대문장미 주인의 SNS에 "장미를 제 대문 밖에 키워 여러분들에게 많이 보이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는 댓글을 남겼다.
집주인 정 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분이 오셔서 장미를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장미도 가꾸고 인스타그램으로 소식도 전해왔다"며 "하지만 올해 4월과 6월 두 번이나 이런 일이 발생해 장미가 훼손되니 안타깝고 씁쓸하다"고 말했다.
밤늦게 집 앞에 와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로 인한 불편도 있다. 정 씨는 "가끔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밤늦게 오셔서 사진을 찍는 분들이 있어서 안 좋을 때도 있다"고 했다.
사유지의 꽃을 동의 없이 훼손하고 가져가는 행위는 절도죄,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 사유지 앞에서 쓰레기를 버리거나 소란을 일으키는 일도 경범죄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
김정원 한뜻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꽃을 꺾으면 회복이 안 되기 때문에 재물손괴에 해당하고, 몰래 가져가려 했다면 절도죄에도 해당한다"며 "관광객이 과하게 큰 소리를 내거나 쓰레기를 투기하는 행위도 CCTV나 목격자 입증을 통해 경범죄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6일 능소화 명소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서촌식당'에 능소화가 피어있는 모습.2026.6.26 © 뉴스1 김우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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