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는 2013년부터 ‘4무 운동’을 시작했다. ‘학교폭력 없는 학교’를 비롯해 △휴대 전화 없는 학교 △자는 학생 없는 학교 △담배 연기 없는 학교를 표방한 것이다.
올해로 14년째 4무 운동을 펴고 있는데 이 중 휴대 전화 없는 학교가 최근 논란이 됐다. 한 청소년 인권 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해서다. 인권위는 이를 조사한 뒤 지난해 2월 대전고에 학교생활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휴대전화 반입 전면 제한이 통신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조치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전고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김기신 교장은 “휴대 전화 반입 금지를 담은 학교생활 규정은 학교 교육의 목표를 이뤄 내기 위해 학생·학부모·교직원 의견을 반영해 만든 규범”이라며 “학교도 하나의 작은 사회이기에 구성원 의견을 반영해 만든 규범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김 교장은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게 되면 학교의 민주시민교육과 모순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 밖에서 규정 개정을 강제하는 일이야말로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며 “교육 공동체가 민주적 절차로 함께 정한 규칙을 외부의 힘으로 뒤집으려고 한다면 학생들에게 ‘스스로 합의한 약속도 외부 권위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학교의 민주시민교육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자율적으로 규칙을 세우고 그 규칙을 책임 있게 지키는 경험이야말로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르는 교육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인권위는 2024년 학교의 학생 휴대전화 일괄 수거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관련 진정 사건 300여 건에 대해 “일괄 수거는 학생의 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는데 2024년엔 이를 뒤집은 것이다. 김 교장은 “어제의 인권침해가 오늘은 침해가 아니게 된 것”이라며 “인권의 잣대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면 특정 시점의 권고를 기준 삼아 학교 현장에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도 작년 8월 초·중·고교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수업 시간이 아니더라도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 스마트폰 제한할 수 있게 했다. 학교장·교사에게 학생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포함, 소지까지 제한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3월부터 시행됐다.
김 교장도 학교가 전인교육의 장이 되려면 휴대 전화 반입 금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학생의 지적 성장을 포함해 신체적·정서적·사회성 발달을 도모하는 곳이 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는 “휴대전화를 규제하지 않는 학교에선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 화면만 보고 게임을 하거나 SNS에 빠져 시간을 보낸다”며 “아침에 휴대폰을 수거하더라도 공기계를 제출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중독은 너무 깊고 넓게 퍼져 있어 학부모들도 제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선 학생들이 친구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역량을 키우고, 독서를 통해 감성과 정서를 살찌우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휴대전화는 이러한 학교 교육활동의 큰 장애물이 되고 있어 교내 반입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장은 휴대폰 반입 금지 조치에 학생회도 지지를 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도 자신이 휴대 전화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절제가 힘든 것”이라며 “우리 학교는 학교생활 규정으로 학생들이 스마트폰 없이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생활의 변화가 생기고 집중력도 높아지는 등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을 학생들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개정 초중등교육법에 대해서도 “교내 스마트기기의 사용과 소지를 제한할 수 있도록, 법이 이미 학교에 분명한 권한을 부여했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관련 지침을 더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준 권한을 신뢰하고 끝까지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와 교사들을 믿고 세부 지침을 학교에 일괄 적용하지 말라는 얘기다.
김 교장은 “법이 학교에 권한을 부여했고 학교가 그 권한을 바탕으로 민주적 절차를 거쳐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앞장서서 이를 지지하고 응원해줘야 한다”며 “교사가 소신껏 교육하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내린 결정을 신뢰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우리 교육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학생 성장이라는 본령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