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품은 'K택소노미'…친환경 개발·성장의 교두보 될까[이영민의 알쓸기잡]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8일, 오전 10:57

[편집자 주] 탄소중립부터 RE100(기업의 사용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까지. 뉴스에 나오는 기후·환경 상식들. 알쏭달쏭한 의미와 배경지식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이번 주말에 ‘알아두면 쓸모 있는 기후 잡학사전’(알쓸기잡)에서 삶과 밀접히 연결된 뉴스를 접해보세요.

지난 18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 주민이 마을 곳곳에 걸려있는 신규원전 유치 현수막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전날 제11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신규 원전 2기를 영덕에 건설하기로 확정했다.(사진=뉴스1)
지난 18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 주민이 마을 곳곳에 걸려있는 신규원전 유치 현수막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전날 제11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신규 원전 2기를 영덕에 건설하기로 확정했다.(사진=뉴스1)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지난 17일 정부는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후보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후보 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대형 원전 2기가 들어설 후보지로는 경북 영덕군을 낙점했습니다. 신규 원전은 당초 원전이 한국형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개발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전 정부 시절 원전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죠. 오늘은 이처럼 녹색경제 활동과 지원 대상을 구분하는 K택소노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친환경 경제 활동’ 기준 제시해 그린워싱 막고 녹색경제 활성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는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녹색자금이 녹색기술로 유입될 수 있도록 돕는 분류·지원체계로, 유럽연합(EU) 그린 택소노미의 한국판입니다.

현재 EU를 중심으로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녹색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진행 중입니다. EU는 2020년 EU 택소노미를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분류하는 공통 기준으로 제시하고 이를 기업 공시·금융상품 설계에 연계함으로써 녹색위장행위(그린워싱)를 막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따라 K택소노미를 녹색채권과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녹색여신 등 녹색금융 시장에서 활용하고 있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K택소노미는 환경목표에 기여하는 세부 경제활동 100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 활동들은 탄소 중립 및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인 ‘녹색부문’과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간과정으로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인 ‘전환부문’으로 구분됩니다.

녹색부문은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까지 6가지 목표로 구분되며 93개 녹색경제활동으로 구성됩니다. 고체 화석연료를 100% 활용하는 경제활동이나 이와 연계된 경제활동은 원칙적으로 배제됩니다.

전환부문은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최종지향점이 아니므로 진정한 녹색경제활동으로 볼 수 없지만,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간과정에서 필요한 7개 경제 활동이 포함됩니다. 여기에는 중소기업 사업자의 온실가스 감축활동과 원자력 기반 에너지 생산(신규건설 및 계속 운전), 블루수소 제조, 친환경 선박 건조 등이 해당됩니다.

◇과도기 적응 위해 한시 적용된 ‘원전’…사후 대책은 아직 준비 중

2021년 12월 30일 K택소노미 발표 당시에 원전은 향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포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9월 당시 환경부는 원전을 포함한 K택소노미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전력원으로써 재생에너지와의 조화로운 활용으로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어 한시적으로 포함한다는 취지였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자력이 에너지 대안으로 재조명됨에 따라 EU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한 것과 같은 뱡향이었습니다.

원전업계에서는 “원자력이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 금리 인하 등의 혜택이 있어 자금 조달이 더 쉬워져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된다”며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설비 투자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환영했습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방사능 유출과 핵연료 보관 및 핵폐기물 처리를 우려합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부지의 선정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부책임하게 원전을 늘릴 길을 열어줬다고 비판하죠.

지난해 말 기준 원자력발전소별 사용 후 핵연료 저장량과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율을 보면 △한빛 7619다발(84.5%) △한울 7548다발(73.5%) △고리 7471다발(92.9%) △신월성 999다발(38.6%) △새울 896다발(57.4%)입니다. 중수로인 월성원전은 사용 후 핵연료 52만 6412다발이 저장돼있으며 저장시설 포화율은 84.1%에 달합니다.

지난 4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고준위위)는 제3차 회의를 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 적합성 조사 계획’과 ‘2026년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시행 계획’을 의결했습니다.

이로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연구·중간저장·처분시설 부지 후보를 발굴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가 마련됐습니다. 부지 적합성 조사는 통상적으로 후보지 도출부터 기초단체 공모와 기본조사, 심층조사까지 9~13년이 소요됩니다. 부적합 지역과 기본조사 후보지는 연말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결과에 따라 K택소노미에 대한 평가도 좌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알쓸기잡에서도 그 귀추를 계속 살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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