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피츠너 모나시 젠더와 가정폭력 예방센터 센터장이 26일 서울 중구 패럼타워에서 열린'성평등 사회로의 전환 관계와 문화의 재구성' 심포지엄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평등부 제공)
"포르노는 처음에 여성이 거절하고 이후 남성이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면 성관계로 이어진다는 왜곡된 서사를 청소년들에게 전달합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SNS로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딘 피콕 글로벌연대체 남성 성평등 참여 연대체( MenEngage Alliance) 공동 창립자 연구위원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폭력적 포르노가 만들어내는 결과를 매우 심각하게 여겨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유엔여성기구와 성평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성평등 사회로의 전환 관계와 문화의 재구성' 심포지엄 연사로 참여한 딘 피콕 연구위원과 나오미 피츠너 모나시 젠더와 가정폭력 예방센터장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피츠너 센터장은 호주 모나시대 범죄학과 교수로 청소년기 젠더 규범 형성과 폭력 예방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피콕 연구위원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여성폭력 근절 캠페인 'UNiTE' 이행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두 연사는 이날 디지털 환경에서 확산하는 여성혐오 콘텐츠를 막기 위해 학교 차원의 성평등 교육과 함께 플랫폼 규제, 유해 콘텐츠의 수익구조 차단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
피츠너 센터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성희롱과 성폭력은 온라인 인플루언서와 커뮤니티를 통해 당연하게 여겨지는 태도에 의해 조장된다"며 "일부 남성 인플루언서는 여성을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거절을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묘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스마트 안경으로 공공장소에서 여성에게 접근해 촬영하는 콘텐츠가 늘고 있는데 이런 콘텐츠는 특권 의식을 정상화하고 동의의 의미를 훼손한다"며 "이 때문에 폭력 예방교육은 존중, 소통, 동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츠너 센터장은 호주의 '존중하는 관계 교육'(RRE·Respectful Relationships Education)을 대안 사례로 소개했다. RRE는 학생들에게 건강한 관계와 동의, 갈등 해결, 감정 표현, 성별 고정관념의 문제를 가르치는 호주의 학교 기반 폭력예방교육이다. 남성은 지배적이고 여성은 순응해야 한다는 식의 성별 규범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어릴 때부터 바꾸는 데 초점을 둔다.
그는 "RRE는 국가적 차원에서 전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공동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교 차원에 적용되는 전략이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라며 "호주 정부가 젠더폭력을 한 세대 내에 종식하고자 하는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를 리더 기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딘 피콕 글로벌연대체 남성 성평등 참여 연대체( MenEngage Alliance) 공동 창립자 연구위원이26일 서울 중구 패럼타워에서 열린 '성평등 사회로의 전환 관계와 문화의 재구성' 심포지엄에 앞서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평등부 제공)
두 전문가는 청소년 성평등 인식 교육과 함께 디지털 플랫폼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고도 봤다.
피콕 연구위원은 "교육과 더불어 빅테크 기업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럽의 디지털 서비스법에 따르면 규제를 위반할 경우 연간 매출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받는다"고 설명했다.
유해 콘텐츠를 생산·유통하는 플랫폼의 수익구조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온라인 콘텐츠를 줄이는 방법은 유해 콘텐츠로 돈을 버는 수익구조를 겨냥하는 것"이라며 "유튜브가 (여성 혐오 콘텐츠를 제작한 영국의) 앤드류 테이트 같은 인물에게 더 이상 플랫폼을 제공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유해한 관행으로 이익을 보는 금융회사나 결제 업체를 대상으로 압박하는 전략도 활용할 수 있다"며 "성인사이트 포르노 허브를 대상으로 신용카드 업체 등이 더 이상 거래를 지원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여러 사회에서 나타나는 성평등 백래시에 대해서는 경제·주거 불안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판단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피콕 연구위원은 "이런 반발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라며 "AI 때문에 고용 불안정을 겪고 있고 청년들에게 집값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고 했다.
이어 "문제는 정치인이나 특정 세력이 책임을 떠넘기기 쉬운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상이 이민자나 여성"이라며 "세계 여러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 페미니즘, 성별 관계의 변화를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이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콕 연구위원은 남성을 일괄적으로 가해자로 보는 이분법은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문제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다. 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이 현상이 매우 복합적인 현상이라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단순히 나쁜 개인, 나쁜 사람들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남성을 가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사람, 여성을 피해자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바람직하지 않다"며 "폭력에 대해 깊이 걱정하는 남성도 많고 남성도 폭력에 맞서 같이 싸울 수 있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피츠너 센터장은 청소년 교육을 통해 성별 고정관념 자체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평등 교육을 통해 남녀 모두에게 요구돼 온 지배와 순응의 규범을 바꾸는 관계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통상 남성은 지배적이고 통제적이어야 하며 여성은 순응해야 한다는 규범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공감, 돌봄, 소통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함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3@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