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살인 82%, 약 중단 중 발생…"치료공백 길수록 범죄위험 커져"[only 이데일리]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9일, 오전 05:46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조현병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범행 당시 약물치료를 중단한 상태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치료 공백이 길수록 중대 폭력 위험성 또한 커진다는 분석 결과가 함께 나온 만큼 조현병 환자에 대한 조기 개입과 지속 치료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법무부 산하 국립법무병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법무부 산하 국립법무병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28일 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법무부 산하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강력범죄의 80% 이상이 치료 중단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 지원을 받아 수행한 이번 연구는 조현병 환자의 살인과 비살인 폭력을 체계적으로 비교한 국내 첫 사례 대조 연구다.

연구진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국립법무병원에 입원한 조현병 환자 104명의 의무기록을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살인·살인미수·존속살해 등 살인 관련 범죄를 저지른 살인군(55명)과 폭행·상해 등 비살인 폭력군(49명)으로 나눠 인구통계·임상·범죄 특성을 비교했으며 이번 결과는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두 집단 모두 80% 이상이 약물치료를 중단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군의 81.8%, 비살인 폭력군의 83.7%가 각각 범행 시점에 투약을 끊었거나 한 번도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였다. 치료를 유지하고 있던 경우는 각각 3.6%, 8.2%에 불과했다.

조현병 증상이 시작된 시점부터 첫 치료를 받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 미치료 정신증 기간(DUP)도 두 집단 평균 3년 이상(39개월 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는 국내 지역사회 기반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 연구에서 보고된 평균 1.6년, 전국 단위 질병부담 연구의 평균 약 2.3년(840일)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연구진은 “DUP가 길어질수록 살인을 포함한 중대 폭력 위험이 높아진다는 기존 근거를 뒷받침하는 결과”라며 “조기 개입 전략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살인군과 비살인 폭력군 간 직접적 범행 방식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살인군은 계획적·조직적 범행 비율이 58.2%로 과반을 넘었다. 흉기(주로 칼 등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한 경우가 67.3%에 달했고, 집 등 사적 공간에서의 범행이 72.7%였다. 피해자는 부모가 47.3%로 가장 많았고 지인(23.6%), 낯선 타인(16.4%) 순이었다. 반면 비살인 폭력군은 83.7%가 충동적 범행이었다. 흉기 없이 맨몸으로 폭행한 경우가 65.3%로 압도적이었고, 공공장소에서 범행한 비율이 57.1%였다. 피해자는 전혀 모르는 타인이 49%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범행에 이르기까지 두 집단 모두 ‘피해망상’ 증상(살인군 89.1%·비살인 폭력군 93.9%)이 두드러지는 공통점을 보였다. 집단 모두 미취업·사회적 고립 상태가 대부분이었고, 친족 등과 함께 살더라도 지지적 관계가 아닌 갈등 관계인 경우가 많았다. 정상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립과 갈등이 심화, 계획적이거나 또는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자료= 김정훈 기자)
(자료= 김정훈 기자)
조기 개입과 지속 치료를 위한 국가적 체계 구축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연구진 지적이 뒤따른 까닭이다.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조기 정신증 조기 개입 체계인 ‘마인드링크(Mindlink)’ 등 지역사회 정신건강 인프라 강화 △보호관찰·법원 명령 치료와의 연계 △치료 지속을 위한 재정 지원 확대 등을 제언했다. 연구진은 “치료 비순응, 증상 악화, 사회적 고립 등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이 확인된 만큼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 내 조기 개입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조현병 환자 전체를 잠재적 위험 집단으로 낙인찍는 근거로 쓰여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정신질환자의 전체 범죄 비중은 0.5~0.7%로 절대적 수치는 낮고 오히려 정신질환자는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동안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낙인 문제와 범죄심리학적 단편 해석만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법무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세부 위험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법정신의학 연구”라며 “사회적 낙인이 치료 접근을 막고 미치료 상태가 증상 악화와 폭력 위험을 높이는 악순환 구조를 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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