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구청의 결정을 취소합니다."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적 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문장과 그림으로 판결 이유를 설명한 '쉬운 판결문'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의 '한국형 사회법원' 모델 추진 이후 첫 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이다.
이지리드란 간단한 글과 보조 삽화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발달장애인이나 어린이, 고령자 등 기존 판결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강우찬)는 지난 25일 A 씨가 양천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학대받아 시설에서 자라온 A 씨는 중학교 무렵부터 강박, 폭력적 성향, 양극성 정동장애 유사 증상, 우울증, 뇌전증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을 겪었다. A 씨는 한 기관의 도움을 받아 정신건강 의료기에 입원해 생활했고, 2023년 11월 양천구청에 지적장애인 등록을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 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
A 씨의 신청을 받은 양천구청은 국민연금공단에 장애 정도 심사를 의뢰했는데, 공단은 소속 자문의들의 심사를 거쳐 A 씨가 지적장애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회신했다. 이에 따라 양천구청은 A 씨가 지적장애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러한 양천구청의 결정에 불복한 A 씨는 이의신청을 냈으나 동일한 결정을 받았고,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양천구청은 "개인용 지능검사를 실시해 얻은 지수에 따라 장애 정도를 판단했다"며 "신청 이전 공단 심사 이력 이후 현재까지 뇌 손상 등 추가로 인지 저하를 일으킬만한 객관적 소견을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장애 정도 판정 기준'의 지적장애 정도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A 씨는 "2019년 11월 대학병원에서 IQ 67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지적장애로 판정받은 바 있고, 2023년 10월 모 병원에서 '전체 지능지수(FSIQ) 65'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실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지장을 겪고 있으므로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른 지적장애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실제 법정 변론 과정에서 A 씨를 관찰하고, 당사자 본인 신문도 시행했다. 관찰 결과, 재판부는 A 씨의 언어 구사와 인식 작용 및 대인관계에 상당한 지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지적장애를 오로지 지능지수에 주안점을 두어 판단하는 것은 법률 규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양천구청은 정성적 평가를 오히려 장애를 부정하는 것에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올해부터 대법원에서 시행 중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사법 지원 예규'에 따라 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을 작성했다.
5쪽 분량의 이지리드 판결문에는 주문에 대해 '판결의 결론'이라는 표현과 '원고 ○○○이 재판에서 이겼습니다', '소송에 들어간 돈은 구청이 냅니다' 등 기존 판결문의 표현과는 달리 지적장애가 있는 A 씨가 이해하기 쉬운 말이 적혔다.
서울행정법원 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
아울러 판단 내용을 대규모언어모델(LLM)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킨 뒤 생성한 이미지로 정리했다.
또한 재판부는 사회법원 취지에 따라 직권으로 A 씨의 소송 비용 전액을 소송구조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sh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