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진 사회부 법조팀장
오는 10월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 방침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수사 공백과 국민 피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검찰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책임 있는 창구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정부안을 내놓지 않기로 해, 보완수사권 폐지에 일부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검찰개혁추진단마저 패싱을 당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 공소청 출범 전까지 의도적으로 검찰총장 자리를 비워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검찰총장이 있을 때는 못 봤던, 생소한 장면도 잇달아 연출됐다. 올해 1월부터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주요 외청장들이 국무회의에 배석하기 시작했고,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앞두고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검찰 안팎에선 정부가 공소청 출범 전에 검사들을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청이 법무부의 외청으로 있는 건,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인데, 이를 해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지난 4월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선 검찰총장의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전·현직 검사들은 수사 기밀에 해당할 수 있는 질문에 답해야 했고, 때로는 의원들 사이에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이들은 땅에 떨어진 자존심을 홀로 지켜야 했다.
서초동엔 벌써부터 차기 검찰총장 하마평이 무성하다. 다만, 면면을 봤을 때 검찰 구성원들을 얼마나 보듬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공소청 안착 과정에서 검사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대변하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여, 이 하마평이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란 말이 있다. 백 척 높이의 장대 끝에 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한 걸음을 내디뎌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지금 검찰이 처한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직은 존립을 둘러싼 거대한 변화 앞에 서 있고, 구성원들은 제도 개편의 불확실성 속에서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장대 끝에 매달린 채 머뭇거리면 자칫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그래서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한, 그 한 걸음을 과감하게 내디딜 검찰총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외부의 압력을 막고, 정치적 오해를 살 언행을 삼가고, 조직의 사기를 복돋우며,국민 신뢰를 회복할 검찰총장 말이다.
pej8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