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가야지' 논란 배재고, 정문 앞 근조화환…학생들 "왜 우리까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01일, 오후 06:25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권아인 수습기자] ‘철저한 성찰과 실천으로 스스로 명예를 회복하라’, ‘승리보다 먼저 배워야할 것은 존중입니다’

1일 오후 4시 서울 강동구 고덕동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 근조화환 10개가 늘어섰다. 화환 발송인은 ‘시민연합’ ‘5.18 민주화운동 당사자’ 등이었다. 일부 화환은 바람이 분 탓에 넘어져 정문 앞은 어수선했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하교하는 배재고 2학년 재학생 A 군이 한숨을 내쉬며 화환을 응시했다. 그는 “배재고 교복을 입고 다니는 것이 창피하다”며 “야구부 학생들이 명백히 잘못한 일이긴 하지만,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이유로 다른 재학생들까지 싸잡아서 비판을 당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에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의 '스타벅스 응원 구호 논란'을 지적하는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사진= 권아인 수습기자)
1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에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의 '스타벅스 응원 구호 논란'을 지적하는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사진= 권아인 수습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배재고 소속 선수들이 광주제일고(광주일고) 선수들을 향해 내뱉은 ‘스타벅스 응원 구호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시 배재고 선수들은 “스타벅스 가야지” 등 구호를 광주일고 선수들을 향해 외쳤고, 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확산하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 응원 구호가 앞서 논란이 된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를 연상케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스타벅스, 탱크데이 등을 응원 구호로 사용한 배재고 선수들이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하고 지역 감정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배재고 교직원과 야구부 소속 학생·학부모 일동은 이날 광주일고를 직접 방문해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하고자 했으나, 광주일고 측은 “사과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이들의 방문을 거절했다.

배재고 정문 앞에서 만난 교사 B 씨는 “학생들과 교직원 모두 뒤숭숭한 상황”이라며 “교무실로도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배재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C 씨는 “근조화환에 적힌 내용에 대해서 공감한다”며 “고등학생이면 세상 돌아가는 걸 알고, 판단해야 하는 나이인데, 야구부 선수들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1일 오후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있다.(사진=뉴시스)
1일 오후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있다.(사진=뉴시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의 명단과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경기 전광판 사진이 유포되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 사진과 함께 ‘배재고 선수들의 신상을 퍼뜨려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자녀가 배재고 야구부에 소속된 학부모 C 씨는 “야구밖에 모르는 무식한 아이들이라 이런 사달이 났다”면서 “광주일고가 직전 준우승팀인데, 그런 강팀을 이겼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흥분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허위정보도 많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해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야구부 소속이 아닌 일반 학생들도 비판하고 있다. 정치인들까지 이 사태를 비판하며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문 앞에서 만난 한 배재고 재학생은 “학교 측의 아쉬운 대처로 아무 연관이 없는 재학생들도 ‘일베’ 소리를 듣고 있다”며 “사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배재고 인근 주민 D 씨는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고 재발하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배재고 전체가 욕을 먹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배재고 야구부는 사과하고, 학교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만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긴급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배재고 야구부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 연호 사안에 대해 심의했다. 협회는 이번 사안을 ‘스포츠 정신에 반하고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사안’으로 보고 배재고에 전국 대회 출전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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