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 차 여성의 낙태 수술을 집도한 집도의와 병원장이 2024년 10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이 알려진 시점은 2024년 6월께였다. 당시 20대 여성 A씨는 유튜브 채널에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36주 낙태 브이로그’라는 제목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확산했고 “출산 가능한 시기의 태아를 낙태한 것은 사실상 살인 아니냐”, “영상 자체가 조작된 것 아니냐”는 등 반응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법률 검토를 거쳐 같은 해 7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형법상 낙태죄는 2019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사라졌고 관련 입법도 이뤄지지 않아 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이었다. 복지부는 사안을 출생 가능한 태아의 사망으로 보고 34주 낙태 사건에서 의사의 살인죄를 인정한 판례를 참고해 진정서를 냈다. 이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태아를 의사가 물에 넣어 질식사하게 한 것이었기에 명확하게 살인 혐의가 적용된 사례였다.
이후 경찰은 유튜브 영상 분석과 압수수색을 통해 A씨와 병원을 특정하고 수사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다른 병원 산부인과 전문의인 심씨가 수술을 집도했고 태아가 출산 전후 생존했다는 정황이 확보되기도 했다. 경찰은 의료진이 태아 출생 직후 필요한 의료 행위를 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했다고 판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병원 관계자들을 다시 조사해 범행 동기에 대한 진술을 받아냈다. 수사 결과 윤씨는 A씨 진료기록부에 ‘출혈 및 복통’이 있었다고 기재하고 사산한 것처럼 허위 진단서와 사산증명서를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는 병원 경영난 이후 일반 입원 환자 대신 브로커를 통해 소개받은 임신중절 환자를 주로 받아 수술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59명은 임신 24주 이상으로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한 사례였으며 A씨 역시 두 차례의 수술 거절 이후 윤씨의 병원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여성·인권단체들은 “모든 책임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을 방기한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의사 실형·산모 집행유예…살인죄 인정한 법원
윤씨와 심씨 측은 수사 과정에서 살인과 허위진단서 작성을 제외한 혐의만 인정했지만 법정에서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A씨 측은 “임신 약 34∼36주 차인 태아를 낙태 목적으로 시술 의뢰하고 그 결과 태아가 사망한 것은 맞지만 살인을 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윤씨에게 징역 6년, 심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살인죄의 공범이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윤씨에게 환자를 소개하고 알선비를 받은 브로커 2명은 각각 징역 1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로 모체에서 갓 태어난 태아에 대한 생명권도 당연히 인정된다”며 “피해자가 태어난 이상 하나의 사람으로 보호받아야 하고 누구에게도 살해할 권한은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죄 적용이 어려운 사정을 두고는 “태아가 생존 가능한 시점에서 인공 배출돼 ‘살아있는 사람’이 된 이상 낙태죄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살해가 된다”며 “낙태죄 효력 유무와 관계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이어진 입법 공백과 여성의 임신·출산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현실은 양형에 참작할 사정이라고 봤다.
A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배경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은 임신·출산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겪고 있다”며 임신·출산·육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자신과 태아가 불행해질 것이란 생각에 임신 중절을 실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책임을 온전히 이들에게 묻긴 어렵다”며 “임신을 초기에 인지하고 국가가 임신·출산·육아에 장애가 되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적극 개선하려고 노력했다면 이 사건과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판결 이후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는 “미필적 고의의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있다”며 후기 임신중지와 관련된 의료 가이드라인,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정부야 말로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1심 결과에 대해서는 입법 공백과 의료체계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임신 당사자의 형사 책임으로만 돌린 판결이라며 정부와 국회에 관련 제도, 임상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윤씨와 심씨, A씨 등은 항소장을 제출했다. 윤씨 측은 법정에서 “임신중절은 부모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누적된 결과”라며 “이 사건은 일반적인 살인 사건과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 측도 수술 당시 태아가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인식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윤씨는 지난달 23일 결심공판 최후변론에서 “제 탓으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한 생명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남은 생을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속죄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잘못된 선택으로 떠난 아이에게 미안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검찰은 2심에서도 윤씨와 심씨에게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4년,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윤씨 등에 대한 2심 선고는 오는 23일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