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노력했어도"…구더기 속 '병든 아내 방치' 부사관 향한 질타

사회

뉴스1,

2026년 7월 06일, 오전 06:00


"조금의 노력만 기울였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전혀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몸 곳곳에 구더기가 생길 정도로 병든 아내를 방치해 숨지게 한 육군 부사관 남편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 재판부는 이같이 질타했다.

이른바 '파주 부사관 아내 방치 사망 사건'에서 남편 A 씨는 아내가 3개월 가까이 의자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음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은 물론, 아내의 가족들에게는 "아내가 잘 지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재판에서 아내가 "내버려두라, 스스로 일어날 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다"면서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석 달 동안 의자에서만 생활한 아내…가족에겐 "호전되고 있다" 거짓말
6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군사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A 씨 살인 혐의 판결문에 따르면,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던 아내 B 씨는 2024년 11월 말쯤부터 외출하지 않고 자택에서만 생활했다. 지난해 3월쯤부터는 안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고, 리클라이너 의자에 하루 종일 앉아 이불을 덮은 채 남편 A 씨가 가져다주는 음식과 과자, 음료 등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B 씨의 상태는 지난해 8월 하순부터 더 악화했다. B 씨는 119 신고가 이뤄진 11월 17일까지 리클라이너 의자에 앉은 채 대소변을 봤고, 이를 치우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이불을 덮는 행동을 상당 기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가 119에 신고한 건 B 씨가 심정지에 이르기 직전이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8시 18분쯤에야 119에 신고했고, B 씨는 다음 날 오전 10시 8분쯤 경기 고양시의 한 병원에서 패혈증 쇼크로 숨졌다.

게다가 A 씨는 아내의 상태를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가 잘 지내고 있다. 호전되고 있다"고 거짓말해 가족들이 B 씨를 찾아오지 못하게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씻어도 계속 나온 구더기…소방관·의사가 본 참혹한 현장
B 씨의 방 안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오염된 상태였다. 당시 집으로 출동한 소방공무원은 "피해자는 머리를 제외한 온몸에 대변이 묻어 있었고, 피해자를 둘러싸고 있던 이불은 대변에 절여진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방바닥에도 대변과 오물이 있어 발을 딛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했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질 당시에도 몸 곳곳에서 구더기가 발견됐다. 피해자의 양쪽 종아리에는 그 흔적이 있었고, 하체 부위 곳곳에도 괴사가 진행된 상태였다고 한다.

당시 피해자를 진료한 의사도 법정에서 "구더기가 나와서 생리식염수를 부어서 닦았음에도 계속 나와 어쩔 수 없이 붕대로 처치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의사는 "처치실 안에서 살이 썩은 냄새가 계속 날 정도로 욕창과 다리 쪽에 부패가 많이 진행돼 있는 상태였다"며 "괴사가 진행되는 동안 통증이 있었을 것이고, 스스로 거동하기 어려운 상태였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아내가 내버려두라 했다"…재판부 "납득 어려운 변명"
A 씨는 재판에서 아내가 구호를 요하는 상태인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가 항상 이불을 덮고 있어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아내가 "내버려두라. 스스로 일어날 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가 아내의 정신질환에 싫증이 났고, 부양하는 것이 힘들고 짜증 난다는 이유로 B 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내가 그대로 숨져도 어쩔 수 없다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에게 매일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자주 통화하는 등 계속 접촉했던 만큼, 피해자의 상태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봤다. 방 안에서 대변과 음식물 냄새가 났고, 건강 상태와 판단 능력이 악화하는 점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봤다.

제2지역군사법원 제2부는 지난달 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부사관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외면과 무관심 속에 극도로 오염된 환경에 장기간 방치돼 비참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고 질타했다.

또 "특별한 수고 없이 조금의 노력만 기울였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항소해 항소심 첫 공판은 이달 중순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B 씨의 유족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건강했던 피해자가 왜 거동조차 못 하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학대가 있었는지까지도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며 "사법 정의가 실현되려면 유가족이 의문을 품는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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