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생리대(모두의 생리대) 지원 시범사업을 시작한 6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 화장실 내부에 공공생리대 지급기가 설치돼 있다. 2026.7.6 © 뉴스1 김민지 기자
"수영하러 왔다가 갑자기 생리가 시작돼서 밖에 나가 생리대를사 왔던 적도 있거든요. 급할 때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6일 오전 8시쯤 서울 은평구 은평통일로스포츠센터에서 40대 여성 김 모 씨는 2층 여자화장실에 새로 설치된 공공생리대 지급기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생리 주기가 일정하다고는 하지만 매번 정확한 건 아니니까 불편했던적이 많다"며 "센터에 생리대가 비치돼 있는지 물어보기도 애매했는데 화장실 안에 있으니 종종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필요한 누구나"…전국 12개 지역 500여곳 시작
성평등부는 이날 은평구를 시작으로 전국 12개 시범지역 공공시설에서 공공생리대 '모두의생리대' 지원을 순차적으로 시작한다. 시범 지역은 △서울 광진·은평구 △경기 광명·수원시 △충남 서천군 △대전 중구 △전북 정읍시 △전남 목포시 △광주 북구 △경북 구미시 △경남 거창군 △제주 제주시다.
공공생리대는 주민센터와 도서관, 청소년시설과 같이 접근성이 좋은 공공시설 500여 곳을 중심으로 지급한다. 시설별 준비가 완료되는 곳부터 생리대와 지급기를 비치한다.
주로 여자화장실 내에 설치하는 수동지급기는 중형 생리대 1팩을 세로로 18개까지 채워 넣을 수 있는 너비 약 18㎝, 깊이 16㎝, 높이 34㎝ 크기의 상자 형태다. 오는 20일부터 화장실 외부 등에 설치하는 자동 지급기는 1대당 170팩을 적재하며 사물인터넷 기능으로 실시간 재고 관리와 보충 확인이 가능하다.
이날 오전 10시쯤 찾은 불광2동주민센터 1층 여자화장실에도 수동 지급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내부는 비어있었다. 곧이어 주민센터 직원들이 생리대를 채워 넣으며 운영 준비가 마무리됐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온 안현자 씨(64)는 "저는 완경했지만 정책 시행 소식을 듣고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며 "여성들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갑자기 생리를 시작하면 얼마나 당황스럽나"라고 말했다.
안 씨는 이어 "과거 공공화장실 휴지를 가져가는 어르신들이 많았지만 생리대는 덜 가지고 갈 것 같다"며 "휴지는 늘 쓰는 용품이라 많이 훔쳤지만 생리대는 필요한 젊은 사람들이 적당히 이용할 것 같다"고 했다.
텅 빈 지급기…시민들 "싹쓸이 걱정"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생리대를 무분별하게 가져가는 이용자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했다.
신사1동주민센터에서 만난 60대 여성 이 모 씨는 "형편이 안 좋은 저소득층 여성을 위해 시행하면 좋겠는데 아무나 가지고 갈 것 같아 이렇게 설치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며 "(사전) 인증을 하는 등 보완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안 모 씨는 "공공도서관에서도 생리대 지급기를 봤는데 항상 비어 있었다"며 "그동안에는 급할 때 편의점에서 급히 생리대를 샀다"고 말했다.
공공생리대가 장기적으로 생리대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에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은평통일로스포츠센터에서 만난 김 씨는 "공공생리대를 지급한다고 가격 안정화가 될까 싶다"며 "실효성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공공생리대(모두의 생리대) 지원 시범사업을 시작한 6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 화장실에 공공생리대 지급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6.7.6 © 뉴스1 김민지 기자
매일 재고 관리…오남용 방지책도 검토
이날 오전 11시쯤 찾은 은평구가족센터 2센터 내에는 여성장애인화장실 내에 수동지급기가 설치돼 있었다. 휠체어 이용자를 고려해 지급기는 바닥에서 100~120㎝ 높이에 설치됐다.
센터 관계자는 "매일 아침 출근하면 생리대를 채우고 유효기간과 보관 상태를 확인하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재고가 떨어지면 은평구 가족정책과에 추가 물량을 문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생리대 지급기는 수동과 자동 방식을 병행해 운영한다. 수동 지급기 300대는 이날부터 여자화장실 등 관리자 접근성이 좋은 장소 위주로 우선 설치하고 자동 지급기 400대는 오는 20일부터 순차 설치한다.
남성들 사이에서는 정책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은평구 주민 강주호 씨(26)는 "과거 공중화장실 휴지에 이상한 물질을 묻힌 사건도 있었던 만큼 생리대도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도 "공공시설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서 모 씨도 "딸 가진 아빠로서 여성의 기본권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공공생리대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과거 어려운 친구들이 면생리대 쓴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시범사업 기간 시설별 소진 물량과 이용 패턴을 살펴본 뒤 오남용 방지 대책을 보완할 계획이다. 무분별한 이용 문제가 확인될 경우 자동지급기에 탑재한 QR코드 기능을 활용해 휴대전화 인증 후 생리대를 이용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성평등부는 무료 제공 생리대의 되팔이를 막기 위해 당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공공생리대를 거래제한 품목으로 반영해 달라고 최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b3@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