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생리대 없어요?"…보급 첫날 현장 혼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06일, 오후 07:28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권아인 수습기자] 정부가 6일부터 공공생리대 사업의 공식 출범을 알렸지만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는 아직 사업을 시작조차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을 시작한 서울에서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는 데다가 상당수 지자체는 일러도 이번 주말 이후가 돼야 사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시민들에게 사업을 알릴 초기 홍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취재진이 찾은 서울 은평구의 한 공공시설에서는 공공생리대 수동지급기 2대 가운데 1대가 아직 설치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설치를 마친 지급기도 이용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공용공간이 아니라 자주 사용하지 않는 건물에 위치해 있어 이곳에 오가던 시민들조차 공공생리대가 보급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시설을 이용하는 이다예(25) 씨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화장실에는 지급기가 없어 생리대 공급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공공생리대 사업 자체도 관심이 있어서 알게 된 것이지 대부분은 모를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공생리대 지원 시범사업 시작 (사진=연합뉴스)
공공생리대 지원 시범사업 시작 (사진=연합뉴스)
성평등부가 이날부터 공공시설에서 무료 생리대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수동지급기 확산이 가장 빠른 서울에서도 이번주 말에야 사업을 전부 개시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는 오는 8일 사업 개시를 목표로 주민센터 등에 생리대를 보급하고 있다.

지방의 지자체들은 수동지급기 배달이 늦어져 순차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생리대가 각 지자체에 배송되고 지급기 설치까지 마무리될 경우, 이르면 다음주부터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생리대 사업주체인 성평등부와 지자체 간 정보 공유도 원활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정부에서 오늘(6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지만 우리 지자체 입장은 아니다”며 “자체적인 일정에 맞춰 생리대를 보급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내부적으로도 공공생리대 보급 일정을 두고 엇갈린 설명이 나왔다. 전남광주특별시 북구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초에 공공생리대 시범사업자로 확정됐지만 지방선거를 치르고 예산교부도 지난달 말에 이뤄져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있다”고 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수동지급기는 내일부터 설치되는 만큼 문제가 없다”며 설명이 서로 달랐다.

6일 서울 은평구 시설의 생리대 자판기가 비어 있다. 해당 시설은 성평등부에서 보급한 수동자판기를 다른 건물에 설치했다고 해명했으나,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해당 화장실에는 별도의 안내가 붙어 있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 (사진=방보경 기자)
6일 서울 은평구 시설의 생리대 자판기가 비어 있다. 해당 시설은 성평등부에서 보급한 수동자판기를 다른 건물에 설치했다고 해명했으나,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해당 화장실에는 별도의 안내가 붙어 있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 (사진=방보경 기자)
현장에서도 안내가 제각각이었다.

서울 광진구의 A동 관계자는 “광진구에는 이날부터 수요일(8일)까지 지급기를 설치키로 예정됐지만 생리대를 언제 비치할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구의 B동 관계자는 “금요일께(10일) 지급기를 설치하고 이후에 사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수동지급기를 다음달부터 설치한다고 인지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었다.

상황이 이런 만큼 경기 광명시와 서울 은평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들은 아직 이용 가능 시기와 설치 장소를 홍보하지 않고 있다. 초반에 지역 주민들에게 사업 홍보가 제대로 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생리대 보급을 시작한 은평구 한 스포츠센터에서도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2명만 생리대 수동지급기를 이용했다.

성평등부는 당초 공공생리대 사업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생활편의 서비스’로 정의했다. 특정인을 위한 지원이 아닌 시민 모두가 갑작스러운 불편을 줄이고 여성의 월경권을 보장하는 게 사업 목적이다. 다만 초반에 정보 전달이나 홍보 단계부터 시기가 어긋날 경우 취지와 달리 사업 인지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보가 원활하려면 자동 보급기 설치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수동 지급기는 중형생리대 2개입 기준 최대 18팩이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이용을 많이 하지 않아도 물량이 빠르게 동날 수 있어 재고 부족으로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 반면 자동 지급기는 1대당 170팩을 채울 수 있어 시민들이 보다 빠르게 사업 유효성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자동지급기가 순차적으로 보급되는 만큼 7월 중순께 자동지급기를 중심으로 한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부처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홍보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도 실제 운영 일정에 맞춰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