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지·탱크데이 말하며 키득…학생 혐오놀이 범부처 대책 필요"(종합)

사회

뉴스1,

2026년 7월 07일, 오전 11:49

전교조가 7일 서울 서대문구 광산빌딩에서 배재고 사태 이후 진행한 '혐오·역사왜곡 표현 교사·청소년 인식조사' 설문조사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 News1 조수빈 기자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비하 응원' 사태는 온라인 혐오문화가 교실로 유입된 결과라는 현장 진단이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부의 역사교육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교육부가 관계부처와 함께 플랫폼 규제 등 범정부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7일 서울 서대문구 광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과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16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혐오·역사왜곡 표현 교사·청소년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사 90%는 교실서 혐오표현 목격…온라인 문화 교실로 확산
조사 결과 최근 1년간 학생들의 발언과 과제물, 발표 등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민주주의 부정 표현을 직접 목격한 교사는 73.9%였다. 동료 교사나 학생을 통해 관련 사례를 전해 들었다는 응답(15.4%)까지 합치면 교사 89.3%가 학교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급별로는 중학교 교사의 직접 목격 비율이 81.7%로 가장 높았고 고등학교(68.5%), 초등학교(68.4%)가 뒤를 이었다. 현장 교사들도 또래문화의 영향으로 중학교에서 혐오 표현이 놀이처럼 집단적으로 확산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이 소개한 사례도 다양했다. "탱크데이 사태 이후 수업시간에 '탱크데이 화이팅'을 외친다", "과학시간에 떨어지는 물체를 보며 '운지'(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비하하는 표현)라고 말하고 웃는다", "리코더 운지를 설명하면 학생들이 속닥거리며 웃는다"는 등의 사례가 제시됐다. 이 밖에도 지역 비하와 여성·성소수자 혐오, 다문화 차별, 계엄 희화화 등도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혐오 표현을 바로잡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혐오 표현을 지도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문제 삼을까 우려된다'는 응답이 69.9%로 가장 많았고, 학부모 민원이나 외부 공격 우려(60.1%), 학생들의 온라인 문화 영향에 따른 반발(47.0%) 등이 뒤를 이었다.

배재고 사태에 대해서도 교사 88.4%는 '특정 학생들의 우발적 일탈이 아니라 온라인 혐오문화 확산의 결과'라고 답했다. 원인으로는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 확산(94.0%)을 가장 많이 꼽았고, 정치권·언론의 혐오와 조롱 언어(74.4%),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민원 부담으로 인한 쟁점교육 위축(62.0%), 역사·인권·민주시민교육을 충분히 하기 어려운 학교 여건(53.0%) 등이 뒤를 이었다.

전교조 "교육부 혼자 해결 못해…플랫폼 규제·정치기본권 보장해야"
전교조는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접한 혐오 콘텐츠가 또래문화를 통해 학교 안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수영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된 혐오 문화가 오랜 시간 누적돼 학생 문화로 이어진 결과"라며 "학생들이 기성세대와 자신들을 구분하며 관련 표현을 놀이처럼 소비하는 경향도 있고, AI로 노무현 전 대통령 음성을 재가공한 'MC무현' 콘텐츠 등이 밈으로 확산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학교만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익혀 오는 만큼 교육부 혼자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교육부가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와 함께 플랫폼 기업 규제와 사회적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혐오 표현과 사투리 등 일상 언어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해 지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표현 자체보다 상대를 비하하거나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희 전교조 부위원장은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효과가 있었던 대응 사례를 보면 표현의 유래와 의미를 정확히 알려주고, 되묻고 성찰을 유도하는 대화와 교사·학생 간 신뢰 관계가 중요했다"며 "학생이 교사를 신뢰하고 자신의 표현이 왜 잘못됐는지 스스로 인지하게 되면 온라인에서 접하는 혐오·조롱 표현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생활규정 정비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 및 쟁점교육 보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온라인 플랫폼 책임 강화 △민주시민·인권·역사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 △학교급별·성별 맞춤 교육 운영 △매뉴얼 보급 및 교원 연수 및 공동 수업 모델·자료 개발 등을 포함한 7대 과제를 제안했다. 또한 민주당과의 교원 정치기본권 입법 논의도 재개할 전망이다.

ch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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