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서울교육단체협의히,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대학무상화평준화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개편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7.8 © 뉴스1 김명섭 기자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도 세수 증가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현행 구조의 손질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학생 수 감소를 곧바로 교육재정 수요 감소로 연결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KEDI)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교부금 개편 필요성' 공개 토론회에서 "학생 수 감소만으로 교육재정을 단순 축소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오늘날 학교는 과거와 다르게 역할과 책임이 크게 변화했다"며 "과거 학교가 단순히 가르치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학교는 돌봄, 복지, 정서지원, 안전관리까지 담당하는 기관으로 변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문화학생 증가와 특수교육 확대, 초등돌봄 확대, 학생 정신건강 지원, 디지털 기반 교육전환 등을 새로운 교육재정 수요로 꼽았다.
그는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다문화학생 수와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사회적 요구에 따른 학교 돌봄 기능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현재 논의가 우리 교육 현실과 국가의 교육책임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OECD 학생 1인당 교육비를 근거로 한국의 초중등교육 투자가 과도하다는 지적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이 본부장은 "우리나라 학교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해 훨씬 넓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학교급식, 방과후 돌봄, 안전관리 등은 상당수 국가에서 지방정부나 지역사회가 담당하는 기능이지만, 우리나라는 학교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당 교육비에는 급식 관련 예산 약 4조8000억원, 돌봄 약 1조원, 학교 신설 약 3조원가량 등 해외와 지출 범위가 다른 예산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OECD 학생당 교육비 수치를 단순 비교해 우리나라 초중등교육 투자가 과도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저출생과 맞벌이 확대 상황에서 학교의 돌봄과 복지 기능은 단순한 교육서비스가 아니라 사회 유지 기능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교부금은 학생 수에 따라 배분하는 단순 재정이 아니라 공교육 안정성을 위한 국가책임재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내국세 연동 방식은 경기변동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교육재정이 급격히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정성 확보 장치였다"며 "의무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급식지원, 누리과정 도입, 고교무상교육 시행, 방과후 돌봄 확대 등으로 지출 대상은 계속 확대돼 왔다"며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2조원과 영유아특별회계 2조6000억원 설치 등을 통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재정 조정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논의는 단순한 내국세 연동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공교육의 안정적 기반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라며 "미래인재 양성, 교육격차 해소, 국가책임 공교육 강화, 방과후돌봄체계 구축, 정부책임형 유보통합, 특수교육 개선, 마음건강 지원 정책은 모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정 기반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고등교육 재정 부족을 이유로 초중등교육 재정을 줄여 고등교육으로 이전하는 방식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본부장은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연결된 교육체제"라며 "초중등 단계에서 교육격차가 확대되면 이는 결국 대학과 노동시장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기초학력 보장, 교육복지, 특수교육, 다문화교육 등 초중등 단계 투자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불평등 비용을 줄이는 투자"라며 "고등교육 재정 확충 필요성을 이유로 초중등교육재정을 구조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성장률과 학생 수 감소율을 연계해 교부금 규모를 조정하는 방안도 교육투자의 안정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계산하면 학생 1인당 교부금은 약 30만원 증가하지만 총규모는 2027년 1조원, 2028년 1조2000억원, 2029년 1조9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초중등교육재정은 인건비와 시설비 등 고정지출 비중이 매우 높은 구조"라며 "인건비는 매년 2조5000억원 증가하고 있고, 학생 수 감소에도 학교 신설 수요로 매년 2조~3조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전환, 특수교육 지원, 정신건강 지원, 돌봄 확대 등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잠재성장률 자체가 장기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성장률 연동 방식은 교육재정을 구조적으로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교부금 개편 논의의 핵심은 단순히 재정을 줄일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인구감소와 사회변화 시대에 어떠한 공교육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국가가 교육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교육재정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교육재정을 잘못 쓰면 제한적 효과에 머물 수 있지만, 잘 쓰인 교육재정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사상 처음 8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mine12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