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마취료 거짓청구 의심되더라도 입증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사회

뉴스1,

2026년 7월 11일, 오전 06:00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공익신고와 병원장이 작성한 메모만을 근거로 병원 업무를 정지한 보건복지부의 처분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개별 진료 사례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나진이)는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및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 경기도 구리시의 한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 씨에게 요양기관 146일, 의료급여기관 124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마취료와 내원일수에 대해 거짓으로 의료급여를 청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거짓청구'에 대한 조사는 병원 내부 직원의 공익신고로 시작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병원 직원으로부터 '환자가 비만치료를 받았지만 실비보험 한도에 맞춰 진료차트를 2회로 분리한 뒤 비만치료와는 무관한 신경차단술 내역으로 청구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

공단은 A 씨에게 자료제출과 방문확인을 요청했지만 A 씨가 방문확인을 거부하자, 보건복지부에 긴급조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이뤄진 현지조사 과정에서 A 씨는 조사원에게 "LA357(PDNB로 진료기록지에 기재)"라고 적은 메모를 건넸다. LA357은 척수신경후지차단술의 의료수가 코드고 PDNB는 해당 시술의 영어명(Posterior Division Nerve Block)의 약칭이다.

조사 담당자는 이를 근거로 병원 진료기록부에 'PDNB(척수신경후지차단술)' 표기가 없이 공단 측에 '척수신경총, 신경절차단술-척수신경후지'로 급여비용이 청구된 9978건을 거짓청구로 보고 부당청구로 확정했다.

이에 A 씨는 신경차단술을 시행하기 위해 진료기록부에 'PDNB'를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개별 진료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처분이 내려졌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내원일수 거짓청구 역시 단순 착오에 따른 것으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가 현지조사 과정에서 소명을 거부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마취료를 거짓청구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는 하다"면서도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 책임은 처분청인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진료기록부에 'PDNB'가 기재되지 않은 급여 청구 건 9978건을 실제 시술하지 않은 행위로 판단한 근거는 사실상 메모 한 장이 유일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메모만으로는 'PDNB'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 모두 실제 시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진료기록부에 다른 치료 내용으로 시술 사실을 표시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원고가 제출한 신경차단술 관련 자료 등에 대해서도 피고가 구체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며 "주요 처분사유인 마취료 거짓청구 부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이상 이 사건 각 처분은 모두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realkwon@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