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안 오고 물건만 버린다"…폭염 덮친 전통시장 상인들 '울상'

사회

뉴스1,

2026년 7월 13일, 오후 04:24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한 상인이 폭염에 시들기 쉬운 채소를 정리하고 있다. 2026.7.13/뉴스1 © News1 소봄이 기자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채소도 금방 시들고 손님도 안 와요. 절반은 안 팔려서 버리지."
13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초복을 앞두고 토종 삼계를 파는 닭집 앞에는 손님들이 북적였지만 시장 안쪽 채소·수산물 점포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시장 곳곳에서는 선풍기와 이동식 냉방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선식품은 쉽게 상해 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얼음과 전기 사용량은 크게 늘어난 반면 손님 발길은 뜸해지면서 상인들은 이중고를 호소했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상인 오 모 씨(40대)는 전복과 오징어, 은갈치 등이 진열된 매대 앞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오 씨는 "오전에는 손님이 조금 있지만 낮 12시만 넘으면 더워서 다들 안 나온다"며 "해산물은 선도 유지가 가장 중요해 얼음을 많이 써야 해서 얼음값 등 부대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여름이 아닐 때는 얼음을 하루 5~6포대 썼는데 지금은 15~20포대를 사용한다"며 "하루 얼음값만 10만 원 이상 들어가고 전기 요금 부담도 커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수산물 가게 상인 김건우 씨(56)도 하루 평균 10포대 정도 쓰던 얼음이 최근에는 20~30포대까지 늘었다며 "지금이 가장 장사가 안되는 시기다. 폭염이 8월까지 이어진다는데 추석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상에서 채소를 파는 강 모 씨(71)는 선풍기 하나에 의지한 채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진열대에는 깻잎과 곤드레, 취나물이 놓여 있었지만 손님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강 씨는 "너무 더워서 어제는 원래 쉬는 날이 아닌데도 가게 문을 닫았다. 폭염 탓에 버리는 채소가 늘어나니까 무서워서 물건도 많이 못 떼어온다"며 "지난해보다 손님도 절반 정도 줄었다. 문을 열 수도, 닫을 수도 없고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인삼가게를 운영하는 김인성 씨(50)도 "생물이다 보니 상한 게 많이 나와 손실이 크다"며 "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해도 견딜 수밖에 없다"라고 씁쓸해했다.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한 상인이 여름철 대표 간식인 찐옥수수와 식혜를 판매하고 있다. 2026.7.13/뉴스1 © News1 권준언 기자

서울 기온이 31.6도까지 오른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도 폭염 속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손님 대부분은 양산이나 선캡을 착용한 채 시장을 둘러봤고 상인들은 선풍기와 부채에 의지해 더위를 견뎠다.

시장 밖 노상에서 직접 키운 상추를 팔던 김 모 씨(70대)는 땀범벅이 된 얼굴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김 씨는 "여름이라 밭에서도 상추가 금방 녹아버린다"며 "내일까지만 하고 올해 장사는 끝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름철 대표 간식인 찐 옥수수를 파는 점포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상인 정 모 씨(40대)는 "옥수수는 지금이 제일 맛있을 때라 지나가다가 많이 사 간다"고 웃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7월 전통시장의 경기전망지수(BSI)는 70.7로 전월보다 12.5p(포인트) 하락하며 올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수가 100 미만이면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상인이 더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판매실적과 구매 고객 수 전망도 일제히 떨어졌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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