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주말 동안 한낮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던 폭염 뒤로 장맛비가 다시 내리겠다. 14일 새벽 제주에서 시작한 비는 오전 수도권과 충남, 오후에는 그 밖의 중부지방과 전라권으로 확대되겠다. 밤부터는 전국에 비가 내리고, 중부지방에는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집중될 전망이다.
장마철 날씨의 변덕스러운 변화는 정체전선과 고기압의 세력 변화에서 비롯된다.정체전선이 잠시 한반도에서 멀어지고 고기압이 자리를 잡으면 맑은 날씨와 강한 햇볕이 이어지며 폭염이 나타난다. 반대로 고기압이 물러나고 정체전선이나 저기압이 다시 접근하면 비구름대가 발달하며 집중호우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평년 기온 자체가 높아지면서 같은 상황에서도 폭염의 강도가 더 커지고 있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15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와 강원 내륙·산지, 충청권 30~80㎜다.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내륙·산지에는 100㎜ 이상 내리는 곳이 있겠다. 전북은 20~60㎜, 제주도는 20~60㎜로 산지에는 80㎜ 이상이 예상된다. 서울·인천·경기와 충남 북부·충북 북부에는 14일 밤 시간당 20~30㎜의 비가 내릴 수 있다.
장마철 '기습 폭염' 과거에도 빈번…경주 39.7도·제주 37.3도
과거에도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인 사이 강한 무더위가 나타난 사례가 잇따랐다. 2017년 7월 13일, 장마 한복판이던 당시 경주는 낮 기온이 39.7도까지 올랐다. 포항은 38.6도, 경산은 39.3도를 기록했다. 당시 장맛비가 소강상태에 들어간 사이 뜨거운 남서풍이 유입됐고, 공기가 산을 넘어 내려오며 더워지는 지형 효과까지 겹쳤다. 이후 장마전선이 다시 내려오면서 전국에 비가 내렸다.
2022년 7월 상순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했다.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덥고 습한 공기가 강하게 들어오고 햇볕까지 더해졌다. 2일 의성 37.2도, 안동 36.3도, 3일 상주 36.0도, 6일 대전 35.4도까지 올랐다. 기후분석정보 뉴스레터에 따르면 7월 1~10일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32.0도로 당시 역대 1위였다.
2023년에는 정체전선이 중부와 남부지방으로 북상한 사이 제주 기온이 7월 10일 37.3도까지 올랐다. 제주 관측지점의 역대 일최고기온 4위였다. 7월 상순에는 제주에 비가 자주 내렸지만 전선이 북쪽으로 이동하자 강수가 줄고 강한 햇볕이 나타났다.
한반도 덮은 '이중 고기압'…기후변화가 폭염 수준 높였다
과거 사례와 이번 폭염의 공통점은 장마가 끝난 게 아니라 정체전선이 잠시 멀어지거나 소강상태를 보인 사이 고기압이 확장했다는 점이다. 폭염 뒤에는 정체전선이나 저기압이 다시 접근하면서 비가 재개됐다. 14일 다시 시작된 장맛비도 같은 흐름에 가깝다.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과 수축, 상층 티베트고기압의 위치, 북쪽 찬 공기와 저기압의 이동에 따라 정체전선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비가 내리는 곳과 폭염이 나타나는 곳도 바뀐다. 이 때문에 중부에 비가 집중될 때 남부가 무덥거나, 남부에 비가 내리는 동안 중부가 달아오르는 지역 차가 나타날 수 있다.
장마철 폭염이 강해지는 주요 조건 가운데 하나는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과 중하층의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부근에서 겹치는 것이다. 두 고기압이 대기 상층과 하층을 동시에 덮으면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흐름이 강해진다. 내려온 공기는 압축되며 뜨거워지고 구름 생성을 억제한다. 여기에 고온다습한 남풍이 유입되면 실제 기온뿐 아니라 체감온도도 높아진다.
다만 두 겹 이불처럼 한반도를 덮는 두 고기압이 모든 폭염의 원인은 아니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매년 폭염이 나타날 때 이중고기압이 반드시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 북태평양고기압만 덮더라도 폭염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폭염을 곧바로 기후변화나 특정 해양·대기 현상 하나의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직접적인 원인은 고기압 배치와 고온다습한 공기의 유입, 강한 햇볕, 지형 효과 등이다.
다만 기후변화는 폭염이 발생하는 기본 온도를 높이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역시 1950년대 이후 고온 극한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했으며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극한 폭염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서유럽은 지난 6월 1979년 이후 가장 더운 한 달을 보냈다. 서유럽 평균기온은 20.74도로 1991~2020년 평균보다 3.06도 높았다. 독일 코셴은 6월 28일 41.7도, 프랑스 풀뤼오는 43.8도를 기록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파브라 관측소는 7월 8일 40.5도로 100년이 넘는 관측기간 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세계 평균으로도 6월은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더웠다. 북극과 남극을 제외한 바다의 평균 수온은 20.86도로 6월 기준 역대 최고였다. 따뜻한 바다는 대기에 열과 수증기를 공급해 폭염과 집중호우가 함께 강해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14일 다시 시작된 비는 밤부터 전국으로 확대된 뒤 15일 오후 대부분 그치겠다.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가겠지만,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비가 그치면 체감온도가 다시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장맛비도 끝난 게 아니다. 16~17일에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비가 내리겠고, 19일에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예상된다. 20일에는 중부지방에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체전선과 고기압의 세력 변화에 따라 장맛비와 폭염이 번갈아 나타나는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ac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