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반도체 등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지를 정책 의제로 제시하고 공론화 과정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양극화와 원·하청 격차를 위해 기업의 성과를 사회 전체와 나누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정부가 민간 기업의 이익 배분 문제까지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둔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노동부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인공지능(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AI 대전환 시대와 관련된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열린 첫 공론의 장이다.
김 장관이 삼성전자 노사 협상 타결 직후 ‘사회연대임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여 만에 열렸다. 사회연대임금은 1950년대 스웨덴에서 도입한 제도로 동일가치노동에 동일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회적 논의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 장관이 중점을 두고 있는 노동정책과 맥락을 같이 한다. 김 장관은 원·하청 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이날 “‘투자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어 해방되는 것이 새로운 사회의 문을 여는 첫걸음”이라며 “공정한 분배가 확실한 재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장관은 “정부는 정답을 손에 쥔 심판자의 역할이 아니라 창발적 대안을 내는 대화의 촉진자가 되겠다”고도 했다.
발제자로 나선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재분배 방안으로 특별목적세 도입과 국가임금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정 교수는 “사회연대임금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춰 추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는 초과이익에 대한 특별세를 도입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성과급뿐만 아니라 임금 정책의 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임금위원회’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이 제시한 기존 사회연대임금이 아닌, 우리나라 현실에 맞춰 ‘사회연대투자’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사회연대임금은 생산성 저하에 따른 기업 부담 등으로 스웨덴에서 도입 27년 만에 결국 해체 수순을 밟았다.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 기업의 자율적인 상생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더 걷거나 직접 개입하는 게 아닌, 전통적 문법을 넘어서는 초과이익에 대한 자율적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AI 시대의 사회적 연대는 ‘성과는 나누는 연대’를 넘어 ‘성장을 함께 만드는 연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 차이도 뚜렷했다. 류제강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사람에 대한 투자와 사회안전망 강화, 산업 생태계의 상생을 위한 사회적 재분배로 연결돼야 한다”며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바탕으로 혁신의 성과를 노동자와 기업, 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기업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실패 위험을 부담하는 만큼 성과만 나누는 구조에서는 혁신 유인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이윤을 분배 대상으로만 보면 자원의 효율적인 투입과 배분을 왜곡시킨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15일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 토론회를 추가 개최한다. 다음달에는 ‘AI 시대 새로운 사회혁신을 위한 녹서 논의체’를 꾸려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전문가, 국민과의 소통을 거쳐 연내에 질문 중심의 녹서를 발간하고, 노사정과 국민 모두에게 열린 사회적 대화를 본격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녹서는 정부가 정책을 확정하기에 앞서 쟁점과 대안을 제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