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 1학년 4반 교실에서 진행된 학생 참여형 경제 실험 수업. 통화량과 물가,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모의 경매를 통해 배우고 있다.뉴스1 © News1 조수빈 기자
"처음에는 모든 사람에게 1억 원씩 주면 정말 좋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직접 경매를 해보니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가 오른다는 걸 알게 됐어요."(박은찬 양정중 1학년 학생)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 1학년 4반 교실. 학생들은 교사가 나눠준 바둑알을 손에 쥐고 '비행기표·호텔 숙박권·자동차 등이 담긴 물품 꾸러미'를 차지하기 위한 경매에 나섰다. 까만 바둑알은 1000원, 흰 바둑알은 5000원의 화폐 가치를 지녔다.
첫 경매에서 학생들에게 지급된 돈은 총 20만 원이었다. 경매가 시작되자 교실은 저마다 가격을 외치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첫 번째 경매의 낙찰가는 1만3000원이었다.
두 번째 경매에 앞서 학생들에게 20만 원이 추가로 지급되자 낙찰가는 3만3000원으로 올랐다. 흰 바둑알 200개, 총 100만 원 상당의 고액권이 추가로 풀린 세 번째 경매에서는 낙찰가가 20만 원까지 뛰었다.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 1학년 4반 교실에서 진행된 학생 참여형 경제 실험 수업. 통화량과 물가,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모의 경매를 통해 배우고 있다.뉴스1 © News1 조수빈 기자
이날 수업은 서울시교육청의 경제·금융교육 활성화 지원 사업과 연계해 마련된 학생 참여형 경제 실험수업이다. 학생들은 바둑알을 화폐로 사용하는 모의 경매에 참여해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를 직접 확인했다.
수업을 맡은 김나영 양정중 교사는 경매가 한 차례 끝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바둑알을 나눠줬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이 늘어날수록 같은 물품의 낙찰 가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 교사는 "유통되는 화폐의 양을 통화량이라고 한다"며 "통화량이 늘어나자 물품의 평균적인 가격 수준인 물가도 함께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실험 결과를 짐바브웨와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 사례와 연결해 살펴봤다. 통화량이 많아져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의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라는 명제도 배웠다.
학생들은 교과서로만 접하던 경제 개념을 게임으로 배우니 이해하기 쉬웠다고 입을 모았다. 수업에서 배운 물가 상승을 학교 밖의 소비 경험과 연결하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 양정중학교 1학년 4반 교실에서 진행된 학생 참여형 경제 실험 수업. 통화량과 물가,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모의 경매를 통해 배우고 있다.뉴스1 © News1 조수빈 기자
박은찬 군은 "학교 앞 분식점에서 1500원이던 컵떡볶이 가격이 예전보다 1000원 가까이 올랐다"며 "오늘 수업을 들으면서 물가가 오르는 원리와 실제 가격 상승을 연결해 생각할 수 있어 신기했다"고 말했다.
김건욱 군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캔 커피를 사 마시는데 예전엔 900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1300원이나 해 당황했다"며 "용돈에는 물가 오른 게 잘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추상적인 경제 개념을 설명으로 접하기 전에 직접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경매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경매는 복잡한 설명 없이도 돈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모습이 눈에 보이고 학생들도 재미있어한다"며 "학생이 직접 경제주체가 돼 선택하면 금리와 주가, 환율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학생들의 주식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학교 경제·금융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제기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특정 주식 종목을 물어보거나 모의투자 앱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금융을 직접 다루는 분량은 충분하지 않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교육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만 관련 연수에 반복해서 참여하는 한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서울시교육청과 예금보험공사에서 중등교사 45명을 대상으로 15시간의 '2026 경제·금융교육 직무연수'를 운영했다. 교사의 경제·금융교육 역량을 높이고 학생 참여형 수업 사례를 학교 현장에 확산한다는 취지다.
김 교사는 "경제·금융교육 연수에는 이미 관심이 있는 교사들만 계속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업 방법뿐 아니라 교사 개인의 재무·자산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을 함께 구성하면 새로운 교사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o@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