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왼쪽)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사진= 연합뉴스)
같은 날 경찰은 정 전 회장과 홍 전 감독을 강요·협박·업무방해·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김순환 사무총장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사무총장은 조사에 앞서 “홍 전 감독 선임 과정뿐 아니라 감독 연봉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책정했는지 등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지난 2024년 11월 감사를 통해 축구협회의 구체적인 행정 절차 위반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문체부는 규정상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가 홍 전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추천한 것이 절차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정 전 회장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행정상 하자가 확인되었더라도, 이를 형법상 업무방해나 배임죄로 연결해 형사처벌까지 이끌어내기는 건 다른 영역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 전 회장 등에게 적용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현행법상 ‘위계(속임수로 착오를 일으킴)’나 ‘위력(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대법원 판례상 조직 수장의 독단적인 업무 처리만으로는 이러한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정 전 회장이 결정 과정에서 특정인을 압박했거나, 조작된 자료로 결정을 왜곡하는 등 의도적인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처음부터 홍 전 감독의 선임을 확정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외국인 후보자도 만나보라”며 사실상 반려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죄 역시 마찬가지다. 정 전 회장의 임무 위배 행위로 인해 축구협회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결과론적인 감독의 성적 부실이나 행정적 미숙함, 선임 절차의 결함만으로는 배임죄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조계 시각도 존재한다.
형사법 전문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홍 감독 선임 과정이 부적절해 일어난 국민적 공분이나 축구계 개혁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정상적인 계약과 약정을 거쳐 선임된 감독을 두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배임이나 업무방해 등 형사처벌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법적 책임의 선례가 잘못 만들어지면 양궁이나 배구 등 다른 종목 협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향후 누구도 체육단체를 이끌어 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를 대상으로 오는 22일 청문회를 개최한다. 청문회에 부를 증인 명단에는 정 전 회장과 홍 전 감독, 이임생 전 협회 기술총괄이사 등이 포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