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보자 X'와 사건 초기부터 연락한 김어준…法 "정당한 비판 넘어선 공격"

사회

뉴스1,

2026년 7월 15일, 오후 07:24

방송인 김어준이 14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명예훼손 혐의 선고 공판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은 뒤 입장 표명 없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7.14 © 뉴스1 이종수 기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현 매일신문 객원편집위원)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해 1심에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은 유튜버 김어준 씨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초기부터 '제보자 X'로 불린 지 모 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 전 기자의 편지와 녹음파일 확보 상황을 공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발언이 허위인 줄 몰랐다고 줄곧 주장해 왔으나 재판부는 관련 자료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고 진위를 둘러싼 논란도 알고 있었다며 이를 배척했다.

재판부는 또 김 씨가 공익을 위해 이 전 기자의 취재 방식을 비판했을 뿐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을 제보하라고 종용한 것과 '허위 사실'을 제보하라고 종용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김 씨가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넘어 이 전 기자를 비방하고 여론 형성 과정까지 왜곡했다고 판단했다.

'제보자 X'가 편지·녹음 확보 상황 공유…法 "김어준, 허위성 최소한 미필적 인식"
15일 뉴스1이 확보한 김 씨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 강경묵 판사는 김 씨가 발언 내용의 허위성을 최소한 미필적으로 인식했으며 이 전 기자를 비방할 목적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제보자 X'로 불린 지 씨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대리인으로 이 전 기자를 만나 대화를 녹음한 뒤 채널A 기자와 검찰 간 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인물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는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부터 지 씨와 연락하며 이 전 기자의 편지와 취재 진행 상황을 공유받았다.

지 씨는 2020년 2월 22일 김 씨에게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를 입수했다며 "검찰의 사주를 받은 느낌"이라고 알렸다. 김 씨는 "좋습니다"라며 편지 사본과 전후 사정을 보내달라고 답했다.

지 씨는 이후 이 전 기자와의 대화 녹음 3건을 확보했다는 사실도 김 씨에게 전달했다. 채널A와 MBC의 취재·보도 진행 상황도 수시로 공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연락한 시점과 빈도, 내용을 고려하면 김 씨가 지 씨로부터 녹음파일을 받았거나 쉽게 받을 수 있었다고 봤다. 관련 의혹을 보도한 MBC 측에서도 녹음파일을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재판에서 최강욱 전 의원과 황희석 변호사, 지 씨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발언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언론과 검찰의 부당한 유착 의혹을 감시·검증하려는 공익적 목적이 있었을 뿐 이 전 기자를 비방할 의도는 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씨의 첫 발언 전부터 최 전 의원이 주장한 "사실이 아니어도 좋다",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는 말이 실제 녹취록에는 없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재판부는 김 씨가 적어도 해당 발언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봤다.

그럼에도 김 씨는 2020년 4월 30일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녹음파일에 없는 내용을 반복해 방송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기자의 취재를 두고 "뭐가 취재예요? 공작이지", "취재 과정이 아니라 범죄공모다"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적어도 최초 발언 무렵에는 이 전 기자가 허위 제보를 종용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며 "각 발언이 허위임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제보'와 '허위 사실 제보'는 큰 차이…정당한 비판 넘어선 공격"
재판부는 김 씨가 공익을 위해 이 전 기자의 취재 방식을 비판했을 뿐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을 제보하라고 종용한 것과 '허위 사실'을 제보하라고 종용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김 씨가 이 전 기자의 실제 발언을 인용하거나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내용을 왜곡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이 전 기자가 "검사와 공모하여 무고를 교사하거나 허위 제보를 종용한 기자"로 인식되도록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어 김 씨의 발언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넘어 이 전 기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문제되는 정치·사회적 상황을 논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 전 기에 대한 허위 사실을 반복적으로 적시했다"며 "해당 상황에 대한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했다는 점에서도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김 씨가 발언을 바로잡거나 사과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과 이 전 기자가 엄벌을 탄원한 점도 불리한 정상으로 반영했다.

김 씨는 전날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선고 직후 '피해자에게 할 말이 있는가', '비방 목적을 인정하는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있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김 씨는 앞서 지난 5월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최강욱 전 의원의 SNS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었고, 그 판단을 뒤엎을 만큼 전면적으로 신뢰할 만한 공신력 있는 문건을 접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기자가 보낸 편지의 취지와 목적을 제 입장에서 압축적으로 평가한 것일 뿐 허위사실을 적시하거나 비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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