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개헌 적기…절차·책임 명확히 해 국민 확신 얻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16일, 오전 05:56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1987년 이후 헌법이 바뀌지 않은데다 그 사이에 2명의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위헌논쟁은 줄을 잇습니다.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지면서 개헌을 위한 제반의 여건은 갖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18년 만에 공휴일로 재지정된 78주년 제헌절을 앞둔 15일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최근 대한민국은 ‘헌정사상 유례 없다’는 수식어가 붙는 정치·사회적 사건이 연일 터져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도 급변하고 있어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한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 중심 개헌’을 현실화 하려면 “‘앞으로 언제까지 어떠한 절차에 의해 누구의 책임 하에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개헌의 어젠다를 선언한 법률인 가칭 ‘개헌절차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개헌에 대한 국민의 확신을 확보, 그 절차에 각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야 한단 주장이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사진=뉴스1)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사진=뉴스1)
◇세계 헌법 추세 못따라가는 39살 현행 헌법

한 대표는 “지금 헌법은 약 40년이 된 묵은 헌법일 뿐 아니라 개정 당시의 세계헌법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구시대의 헌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대표적 사례를 두고 “헌법재판소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나 유럽인권재판소가 위헌 내지는 인권침해라고 선언한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2030년까지의 탄소중립계획’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며 “미래 세대의 자유권을 현 세대가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법리조차 간과해 버린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권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며 “국가의 생명권보호의무조차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공허한 것이 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무대응 조치가 그의 탄핵사유로 선정되지 못했다”고도 꼬집었다.

그동안 수 차례의 개헌시도가 실패한 것에 대해서도 한 대표는 “정치권이 의지도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개헌 논의는 국민들은 배제하고 정치엘리트와 헌법전문가가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일부만 반대해도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며 “개헌안에 대한 국민발안권 등 실질적 권리가 없는 게 그 다음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현재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는 현 시점이 개헌의 적기란 게 한 대표 분석이다. 그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개헌 실패, 내란 사태로 인해 드러난 현행 헌법의 한계 등이 토대가 됐다”며 “여기에 취임 직후부터 개헌의 뜻을 드러내며 국민들의 관심을 촉발해 온 이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중요한 동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李 ‘국민 중심 개헌’…개헌절차법·국민발안제 제안

개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선행과제로 단연 개헌절차법 마련을 꼽았다. 한 대표는 “개헌 가능성은 그 일정과 절차가 명확해질 때 가장 높아진다”며 “개헌에 대한 국민의 확신을 확보하기 위해 개헌의 어젠다를 선언하는 개헌절차법과 같은 법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개헌의 절차는 국민들의 참여를 극대화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며 “시민의회와 같은 숙의절차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국회나 정부의 개헌특위와 같은 방식으로 정치권이 결합, 개헌과정을 공식적으로 책임지는 틀을 갖춘다면 우리는 그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헌법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내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헌법논의가 필요한가’를 중심으로 개헌논의를 해야 한다”며 “돌봄기본권이나 분권과 자치에 기반한 민주주의의 권리, 미래세대의 권리 등 국가정책과정에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실현할 수 있는 기본권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국민 중심 개헌에 걸맞게 가장 시급한 개헌 의제로 ‘헌법의 연성화’와 ‘개헌 국민발안제’ 도입을 꼽았다.

한 대표는 “현행법상 개헌을 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하지만 양대 정당이 원내의석을 분점하고 있는 체제에선 국민들의 개헌 요구라도 국회 의결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헌의 과정도 국민들이 개헌안을 제안하는 것을 막았다”며 “국민투표법 또한 개헌안에 대한 국민적 숙의와 토론의 기회를 최소한으로 좁혀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외국은 개헌과정에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사용해 국민들이 적극적·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개헌안을 국민들이 발의할 수 있게 하고 개헌의회 등 숙의의 과정을 폭넓게 마련하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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