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물건 아니다'만으론 부족…생명성·감응력 기반 적극 규정 필요"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16일, 오후 04:22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현행 민법이 동물을 유체물로 취급해 소유권·점유·반환·손해배상 등 재산법적 틀 안에서만 다루고 있어 생명이 있고 고통을 느끼는 동물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부정형 선언에 그칠 경우 비물건화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생명성과 감응력에 기초한 적극적 규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NDFC)에서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쟁점 토론회에서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NDFC)에서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쟁점 토론회에서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법무부는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NDFC)에서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쟁점 토론회를 개최했다.

첫 번째 세션 ’동물 관련 법제화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 발표자로 나선 장은혜 한국법제연구원 박사는 ”현행 민법은 동물을 별도의 법적 범주로 규정하지 않아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유체물로서 물건에 관한 법리의 적용을 받는다“며 ”그 결과 반려동물의 상해·사망에 따른 손해배상, 이혼·사실혼 해소 시 귀속, 강제집행과 압류, 학대행위자에 대한 사육금지, 구조동물의 보호비용 부담 같은 구체적 분쟁에서 한계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최근 판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짚었다. 장 박사는 ”손해배상 영역에서는 반려동물의 시장가치만으로 손해를 제한하지 않으려는 흐름이 형사 영역에서는 동물의 고통과 사회통념을 기준으로 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흐름이 귀속 분쟁에서는 동물등록 명의가 아니라 실제 취득·양육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흐름이 확인된다“면서도 ”그러나 동물의 복리나 주된 돌봄관계는 아직 독자적 판단 기준으로 체계화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대표적 입법안이었던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민법 개정안의 한계도 짚었다. 장 박사는 ”이 부정형 선언은 동물을 일반 재산적 객체와 구별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지만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비물건화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며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의 소극적 비물건화형 규정이 이런 한계를 공유하는 반면, 프랑스·스페인·퀘벡 등은 동물을 ’감응력 있는 생명체‘로 규정하는 적극형 입법례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장 박사는 동물에 관한 법률관계를 소유권 중심에서 보호·관리 책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재산적 귀속, 보호·관리 책임, 등록상 책임, 사육자 적격성을 구별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반려동물 귀속 기준의 입법화, 동물등록제의 보호·관리 책임 등록제화, 사육금지제와 사육자 적격성 심사체계 마련, 반려동물 손해배상 특칙, 압류 제한, 동물영업 허가갱신제 등을 구체적 후속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분산된 동물 관련 법제를 관통하는 공통 원칙을 정립하기 위해 동물복지기본법 제정 또는 동물보호법의 기본법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박주연 변호사(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는 강제집행 현장의 사례를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채무자 재산으로 개와 알파카를 압류하러 간 동료의 사례를 언급하며 ”강제집행을 하러 간 사람의 눈앞에는 환가 가능한 재산이 아니라 즉시 보호가 필요한 생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폭염 속 차량에 갇힌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 창문을 깬 행위가 타인의 물건 훼손으로 문제 될 수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선언과 생명성·감응력에 대한 적극적 규정을 결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생명과 감응력을 가진 존재로서 그 생명·안전 및 복지가 존중돼야 한다. 동물에 대하여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문구를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학대행위자에 대한 소유권 박탈 및 사육금지제도 도입, 동물등록제의 보호·관리 책임 확인제도로의 재설계, 반려동물 양육세 도입 검토, 말 이력제 등 이력추적 체계 확대도 함께 주문했다.

이연숙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장은 정부 차원의 입법 추진 현황을 소개했다. 이 과장은 ”동물보호법 제정 이후 동물 ’보호‘에서 ’복지‘로 사회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이 국정과제에 포함됐다“며 ”동물의 생명성·감응력에 관한 기본이념과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담은 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소극적 비물건화 규정이 아닌 적극적 규정을 민법에 도입할 경우 민법과 동물복지기본법 간 호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사육금지제도 도입 방안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중한 학대행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고 재범 위험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1년 이상 5년 이하 범위에서 모든 동물의 사육·관리·보호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동물의 생명존중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재산권과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의 타당성과 범위는 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에 손해배상 특칙이나 압류금지 규정을 둘 경우 현행 동물보호법이 정한 개·고양이 등 6종으로 한정된 반려동물의 범위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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