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NDFC)에서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쟁점 토론회에서 정다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계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려동물을 둘러싼 사회 변화부터 짚었다. 그는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9.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법무부가 지난 6월 실시한 관련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7.8%가 민법상 동물을 일반 물건과 구별해 정의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물림 사고와 동물보호법 위반 발생 건수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었고, 반려동물 사망 관련 위자료가 50만~500만원 수준의 소액에 그치는 법원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동물은 물건보다는 ‘생명’에 가깝다는 사실은 과학적 연구 결과가 증명하고 있고 상식선에서도 도출되는 결론”이라며 급격한 권리주체화보다는 동물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점진적 입법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제시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물건 규정 준용 조문 구조에 대해서는 “독일 민법처럼 ‘동물은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는 문구를 추가해 외관상 모순을 보완할 수 있다”며 세부 문구 다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우선 반려동물의 상해·사망에 관한 손해배상 특칙(제764조의2) 신설을 제안했다. 그는 “치료비가 동물의 경제적 가치를 초과하더라도 치료의 필요성과 비용의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배상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 판례에서는 반려견 치료비로 시장가치를 훌쩍 넘는 1308달러(Burgess 사건), 1786달러(Kaiser 사건)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독일 민법 제251조 제2항도 “피해입은 동물을 치료하는 비용이 동물의 가액을 현저히 상회한다는 것만으로 그 비용지출이 과도한 것이 되지는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여기에 더해 사망뿐 아니라 중대한 상해의 경우에도 소유자와 ‘가족 등 이해관계인’의 정신적 손해까지 배상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상속 관련 제도 정비도 주문했다. 그는 “2019년 14.9%였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67년에는 46.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령인 반려동물 소유자로서는 자신이 사망한 이후에도 반려동물이 제대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의 관리·보호를 부담으로 하는 유언을 법정유언사항으로 명확히 하는 부담부 유증 조항(제1088조의2)과 미국 뉴욕주의 반려동물 신탁법을 참고한 반려동물 신탁 조항(신탁법 제5조의1) 신설을 제안했다.
그는 “신탁을 활용하면 수탁자가 신인의무를 부담하므로 소유자 사후에도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의무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신탁의 특성상 반려동물에게는 직접 수익자 지위를 줄 수 없는 만큼 수탁자를 감독할 신탁관리인 선임을 반드시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다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실무 적용 단계의 우려를 제기했다. 정 교수는 손해배상 특칙의 ‘과도하지 않은 범위’라는 문구에 대해 “새로운 다툼의 중심이 되지 않도록 치료의 필요성, 수의학적 표준 등 기준 요소를 예시적으로 열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청구권자를 ‘가족 등 이해관계인’으로 넓히는 것에 대해서도 범위를 유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최정호 서울대 법학연구소 박사는 ”인간과 닮아서 어떤 속성이 있어서 또는 인간에게 이익이 되어서가 아니라 동물이 그 자체 우리와 동등한 행위자이며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민법 개정의 문제의식이자 목적성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유권 법리 대신 “권리 객체를 지배하고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존중하고 보호하는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돌봄권’ 개념 도입을 제안한다”며 “이것이 학대자에 대한 소유권 제한·박탈의 근거이자 반려동물 매매를 금지하고 분양만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 나아가는 중간 다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