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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조건부 구속·석방' 제도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피의자 방어권과 불구속 수사 원칙, 피해자 보호 등을 둘러싼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18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 주체를 경찰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도 지방법원 판사가 구속영장 발부하면서도 전자장치 부착이나 주거 제한 등 일정한 조건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구속·석방 제도도 포함됐다. 조건부로 석방된 피의자가 조건을 잘 이행하도록 검사는 보호관찰소 등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보석 조건과 유사하지만, 공소 제기 이후 피고인에게 적용되는 보석과 달리 수사 단계에서의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제도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또 중병·출산·가족 장례 참석 등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 이미 구속된 피고인을 일시적으로 석방하는 '구속집행정지'와도 차이가 있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다. 미국은 체포된 피의자를 통상 48시간 내 치안판사에게 인치해 보석 여부를 판단한다. 피의자가 석방되지 않으면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구금심문절차가 진행되는데, 심문절차 후에도 조건부 석방이 가능하다.
독일도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일정한 조건을 붙여 구속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또 피의자가 구속심사청구를 하면 법원은 심사 후 구속유지, 구속취소, 구속집행유예 중에서 한 가지 조치를 결정한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흉악범 등 특수한 경우에만 구속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불구속(조건부 구속) 상태에서 수사 단계부터 형사 재판까지 가는 것을 구현할지는 형사사법 체계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문제"라면서 "조건부 구속·석방은 형사사법 체계에서 보완수사권보다 큰 문제일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조항을 하나 끼워 넣는 수준을 넘어서는 논점인데, 누구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보완수사권 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구속 또는 불구속이라는 양자택일적 결정만 가능한 한계를 극복하고 비례성 심사에 따른 다양한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위해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 사안에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고 형사사법의 중심이 영장 단계에 집중돼 정작 본안 재판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2월에는 전주지법 영장전담재판부가 구속영장 심사에서 기각 또는 인용이라는 선택지밖에 없어 법관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도 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조건부 구속·석방 제도에 대해 "피고인에 대한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뿐만 아니라 운용을 잘하면 피해자 보호에서도 좀 더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의 입장에서는 구속 청구 권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할 가능성이 있고 법원의 입장에서는 좀 더 재량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입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조건부 구속·석방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는 지난 15일 한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의 어떠한 의견도 듣지 않은 채 진행한 검찰 개혁을 반대한다"며 "지금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조건부 석방 등 그저 가해자를 위한 법"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출신 박성배 변호사는 "현행 형사소송법에 피해자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가 도입돼 있는데, 이 제도를 더 폭넓게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조건부 구속을 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강구하는 게 더 맞다"고 했다.
한 재경지검 검사는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에서 안 그래도 피의자들의 권리가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조건부 구속·석방 제도가 과연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되는 제도일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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