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백남준 '나의 파우스트' 연작 2점, 故김우중 배우자 소유"

사회

뉴스1,

2026년 7월 18일, 오후 02:32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오른쪽)과 배우자인 정희자 여사(왼쪽) 2017.3.22 © 뉴스1 박지혜 기자

비디오 아트 예술가 고(故) 백남준의 작품 '나의 파우스트-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영혼성' 연작 2점의 소유권이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배우자 정희자 씨에게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창모)는 정 씨가 경주 우양미술관 운영사인 우양산업개발을 상대로 낸 동산인도청구 소송에서 지난 10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앞서 김 전 회장 측이 우양산업개발을 지배하던 시기 회사가 운영하는 호텔과 미술관에는 다수의 미술품이 전시·보관돼 있었다. 이후 김 전 회장 측이 보유하던 회사 주식이 압류·공매됐고, 2012년 새 주주가 이를 취득하면서 우양산업개발의 경영권이 바뀌었다.

정 씨는 경영권이 바뀐 뒤에도 자신이 소유한 작품들이 반환되지 않은 채 호텔과 미술관에 남아 있다며 2013년부터 여러 차례 반환을 요구했다. 당초 정 씨는 190점의 반환을 청구했지만 소송 과정에서 2점에 대한 청구를 철회해 최종 판단 대상은 188점이 됐다.

재판부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인 '나의 파우스트-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영혼성' 2점과 독일 작가 지그마르 폴케의 작품 등 총 3점에 대해서만 정 씨가 직접 구매한 것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미술품들이 오래전 상당한 장기간에 걸쳐 구입된 점을 고려하면 원고(정 씨)가 구매 자금 출처를 일부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구매자가 아니라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우양산업개발 측은 해당 작품들을 10년 이상 점유해 민법상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히 우양산업개발이 주식 공매 과정에서 회사 소유 미술품 200~300점을 정리한 목록을 작성하면서 정 씨 소유로 인정된 3점은 포함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술관 관계자들이 정 씨 소유 작품과 회사 소유 작품을 구분해서 관리했고, 외부에 대여해줄 때 정 씨 의사를 확인했다는 점도 근거였다.

재판부는 나머지 185점에 대해서는 정 씨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며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 씨 측은 미술관 내부 소장품 자료에 표시된 'M' 코드 등을 소유권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법원은 해당 코드가 직원이 보관 장소 등을 토대로 임의로 부여한 표시라며 증거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는 185점이 우양산업개발의 소유라고 확정한 판결은 아니다. 우양산업개발은 정 씨 소유권이 인정된 3점을 돌려주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편 정 씨의 소유권이 인정된 두 작품은 백남준이 1989년부터 1991년까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나의 파우스트' 연작 13점에 속한다.

백남준은 환경·농업·경제학·인구·민족주의·영혼성·건강·예술·교육·교통·통신·연구개발·자서전 등 인간 문명을 구성하는 13가지 요소를 각각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나의 파우스트-경제학'은 높이 약 3.1m의 종교 제단을 연상시키는 구조물에 텔레비전을 쌓고 세계 각국 지폐와 동전으로 장식해 기술과 자본의 관계를 표현했다. '나의 파우스트-영혼성'은 다양한 종교적 상징과 정신문화의 표상을 영상과 오브제로 결합해 현대 문명 속 인간 정신의 본질을 환기했다.

두 작품은 오랜 기간 고장 난 채 우양미술관에 보관돼 있다가 지난해 미술관 재개관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계기로 복원돼 일반에 공개됐다.

zionwkd@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