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삼킨 은마아파트 화재…`무자격 전기공사` 원인 지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19일, 오후 02:46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지난 2월 24일 새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발생 당시 소방당국이 장비 41대와 인원 164명을 동원해 1시간 20여분 만에 불을 완전히 껐다.

이 화재로 닷새 전 이곳에 입주했던 예비 여고생 김모 양(17)이 숨졌다. 30대 후반 어머니와 둘째 딸(14), 윗집에 살던 여성 고모(51) 씨도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4명의 사상자를 만든 이 화재의 원인은 그간 밝혀지지 않았다. 내부가 모두 소실돼 직접 증거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소방 당국이 화재의 원인을 인테리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부주의한 전기 작업으로 추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월 24일 오전 소방대원이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화재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2월 24일 오전 소방대원이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화재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19일 강남소방서가 작성한 167쪽 분량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현장 조사서’를 보면 조사팀은 이번 화재의 발화원인을 ‘원인 미상’으로 둔채 종결했다. 화재가 발생한 세대 내부가 모두 소실돼 화재의 선후 인과관계를 특정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하지만 조사팀은 보고서를 통해 이사 직전 피해자들의 이뤄진 ‘전기 배선 공사 과정을 주도한 인테리어 업체 측의 부주의가 화재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주방 천장 내 전선들이 불안정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됐고, 전선 위에 화재를 방지할 수 있는 불연성 보호재마저 씌워지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공사를 진행했던 인테리어 업체는 내벽을 허물어 주방을 넓히는 과정에서 조명을 하나로 합치는 전기공사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은 두 전선의 피복을 벗겨 구리 선끼리 꼬아놓은 뒤 절연 테이프를 감는 이른바 ‘쥐꼬리 접속’ 방식을 사용했다.

화재 감식 조사 과정에서 공사 작업자들은 쥐꼬리 접속 방식이 전용 커넥터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팀은 쥐꼬리 접속 방식은 접속부의 기계적 강도를 약화시키는 한편, 접촉 저항을 올려 발열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시공 결함으로 인한 발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선 작업을 진행했던 인부들은 전기 기술 자격증이나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였다. 화재 예방을 위한 보호용 관도 설치되지 않았다. 발열에 취약한 환경이 겹겹이 형성됐던 것이다. 조사팀은 신구 전선의 혼용 및 연속적인 쥐꼬리 접속이 이어지며 화재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인테리어 업체는 관리사무소에 배선 공사를 신고하지 않았다. 공사계획서에는 난방, 수도, 도배 등만 기재됐다. 인테리어 업체 대표는 조사 과정에서 실수로 적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8개 동 4424채 규모로 준공된 지 47년 된 은마아파트는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 노후 아파트다. 스프링클러 등 비상상황을 대비한 안전 설비 등이 신축 아파트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은마아파트에는 1~14층 전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규정은 은마 아파트가 완공 11년 후인 1990년 16층 이상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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