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못 막은 청년 엑소더스…"인구 유입 위해 정주환경 개선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20일, 오전 05:41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민관합동 100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할 예정인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산업·역성장을 넘어 인구정책으로도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본 구마모토현의 TSMC 공장 유치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9일 구마모토현과 일본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규모의 파운드리기업인 TSMC 유치를 발표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입출을 반영한 사회증감은 1306명 순유출에서 1477명 순유입으로 변화했다. 반도체 대기업 유치가 지역으로 인구 증가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매년 1500명 이상의 청년층은 지속해서 구마모토현을 떠나고 있다. 특히 청년 여성의 현외탈출이 청년 남성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첨단 제조업 유치가 지역경제 부흥의 계기는 될 수는 있지만 청년, 특히 여성이 머물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함께 갖추지 못하면 인구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지역 발전 전략을 설계할 때는 청년과 여성의 정주, 산업 구조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봐야 한다”며 “인구를 위한 산업정책과 산업을 위한 인구정책이 함께 갈 때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그래픽= 김일환 기자)
◇구마모토, 1천명 이상 청년층 유출 지속…女가 男보다 많아

일본 총무성 주민기본대장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구마모토현의 20대(20~29세) 일본인 순유출은 TSMC 투자 이후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지난해 20대 전체 남성 순유출은 991명이었지만 여성은 1189명으로 200명 가까이 많았다.

특히 20대 초반(20~24세)만 놓고 보면 성별 격차가 더 뚜렷했다. 여성의 순유출은 2021년 962명, 2022년 1187명, 2023년 1086명, 2024년 1051명, 2025년 1064명으로 5년 연속 1000명 안팎을 유지했다. 같은 연령대 남성은 693명, 2022년 708명, 2023년 929명, 2024년 802명, 2025년 744명으로 여성보다 순유출 규모가 일관되게 작았다.

이 같은 청년층의 성별 유출 격차에 대해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같은 대규모 제조업은 산업 특성상 초기 고용 유발 효과가 남성을 중심으로 먼저 나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여성이 선호하는 상업·서비스업이나 문화·생활 인프라 등 배후 산업은 공장이 완공된 이후 시차를 두고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장 유치만으로 여성 일자리가 기대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있는 TSMC 공장. (사진= AP)
일본 구마모토현에 있는 TSMC 공장. (사진= AP)
◇공장 유치 넘어 ‘살기 좋은 도시’로…직주락(職住樂) 청사진 필요

일본은행 구마모토지점도 같은 진단을 내놨다. 지난 4월 발표한 ‘구마모토현 인구의 사회 증감에 대해’ 보고서에서 청년층의 유입과 정착을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뿐 아니라 교통 접근성 개선과 육아 환경 확충 등 정주 여건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제시했다. 구마모토현과 구마모토현립대학이 지난 2022년 현외로 전출한 20~30대 906명을 조사한 결과, 전출 이유로는 ‘희망하는 직종의 일자리가 없다’(33%)가 가장 많았다. 이어 ‘처우가 좋은 일자리가 없다’(27%), ‘희망하는 진학처가 없다’(21%)가 뒤를 이었다. 또 구마모토의 부정적 이미지로는 ‘대중교통이 불편하다’(56%), ‘소득이 낮다’(52%)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근무 방식이 유연해질수록 거주 지역을 선택하는 기준도 ‘원하는 일자리’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첨단산업 유치에 머물지 않고 교통과 주거, 육아, 문화 등 도시의 정주 여건을 함께 끌어올려야 지속적인 인구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성장과 청년 여성의 정착이 엇갈리는 현상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동차와 조선·기계 산업이 집적된 울산 북구의 25~29세 성비는 158.2(여성 100명당 남성의 수)로, 전국 평균 108.4를 크게 웃돌았다. 석유화학단지가 위치한 충남 서산시(156.1), 항공우주산업이 발달한 경남 사천시(152.9)도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고임금 제조업이 지역경제를 견인하고 있음에도 청년층의 성비 불균형은 뚜렷했다.

반면 세종특별자치시(98.2), 전남 나주시(106.6), 화순군(110.1)은 전국 평균에 가까운 성비를 유지했다. 세종은 중앙행정기관과 국책연구기관이 모여 있는 행정도시로 공공부문과 전문직 일자리가 풍부하다. 나주와 화순 역시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한 빛가람혁신도시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화순전남대학교병원, 백신산업특구 등을 기반으로 에너지·연구개발(R&D)·의료·바이오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단일 산업 구조를 넘어 다양한 산업과 직무가 공존하는 지역일수록 청년층의 성비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성장만으로 청년 여성의 정착까지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직무와 주거·교통·돌봄·문화 등 생활 기반을 함께 갖춰야 산업 유치의 효과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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