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 탓에 착공 5년 늦어졌는데…대법 "지연배상금 청구 불가" 왜?

사회

뉴스1,

2026년 7월 20일, 오전 06:00

대법원 전경/뉴스1 DB

발주처 책임으로 착공이 늦어졌더라도 계약서상 지연배상금 지급 대상이 '착공 후 공사가 중단된 경우'로 정해져 있다면 건설사는 착공 지연에 따른 배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건설사 2곳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 5월 확정했다.

LH는 지난 2009년 경기 화성 봉담 국도 43호선 지하차도 공사를 건설사 2곳으로 구성된 공동수급체에 맡겼다. 건설사들은 같은 해 12월 착공신고서를 냈지만, LH의 사업부지 확보 절차가 늦어지면서 착공이 장기간 늦어졌다.

LH가 2015년 건설사들에 착공을 요청한 뒤에야 공사가 시작됐고, 공사는 2021년 6월 마무리됐다. LH는 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했지만, 건설사들은 착공이 지연된 기간이 '공사 정지 기간'에 해당한다며 지연배상금 등 약 104억 원을 추가 청구했다.

건설사들은 'LH의 책임 있는 사유에 따른 공사 정지 기간이 60일을 넘으면 초과 기간에 대한 남은 계약 금액과 금융기관 대출평균금리를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쟁점은 이 조항의 '공사 정지'에 실제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착공 지연까지 포함되는지였다.

대법원은 LH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조항이 발주기관의 책임으로 공사가 정지돼 수급인이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일종의 '지체상금' 약정에 해당하고, 중대한 금전적 책임을 부과하는 조항인 만큼 적용 요건을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조항은 도급인(LH)의 책임 있는 사유와 현장 감독자의 정지 지시를 요건으로 한다"며 "'착공 후' 공사가 정지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착공 자체가 지연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계약에 언급된 '공사 정지'와 '잔여 계약 금액'이라는 표현 자체가 공사가 이미 시작돼 어느 정도 진척된 상황을 전제로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또 "수급인(건설사)은 착공 지연을 이유로 계약기간 연장 및 계약금액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며 "지연배상 조항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수급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앞서 1심은 LH의 지연배상 책임을 인정해 건설사들에 약 49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LH가 항소했고, 2심은 "착공 지연은 계약상 공사 정지와 다르다"며 1심 중 LH 패소 부분을 취소했다.

이후 건설사들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건설사들의 패소가 확정됐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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