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운' 건 경찰 쇄신안, 시작도 전에 '삐걱'…TF는 지연, 반발은 확산

사회

뉴스1,

2026년 7월 21일, 오후 02:09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 비위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과 경찰이 21일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해 동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2026.7.21 © 뉴스1 김도우 기자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로 국민적 질타를 받은 경찰이 '명운을 걸겠다'며 대대적인 쇄신안을 내놨지만 정작 주요 방안인 태스크포스(TF)는 열흘이 넘게 출범조차 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역 유착'을 끊겠다며 도입을 예고한 '순환근무제'에 대한 경찰 내 반발이 거세지면서 경찰이 야심 차게 내놓은 쇄신책이 시작도 전에 동력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말만 하고 출범 못 하는 '쇄신TF'…순환 근무 반발 거세져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0일 미국 출장에서 조기 귀국하고 '경찰 수사 신뢰 제고를 위한 쇄신 TF'를 구성해 수사 제도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유 대행은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TF 구성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TF 위원장과 위원 인선은 확정되지 않았다. 7~10명 구성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인원과 출범 시기도 미정이다. 경찰은 위원장 인선이 확정돼야 나머지 구성도 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TF 출범이 지연되는 사이 쇄신안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지역 순환근무제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경찰청은 장윤기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역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순환근무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사건관계인이 수사관서 근무 경찰관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인 경우 즉시 관서장, 시도경찰청 지휘부 보고를 의무화하는 '상피제'도 도입한다. 이 경우 시도청에서 직접 수사·지휘하거나 다른 관서로 이송 조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대책 없는 연좌제'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한 일선서 경찰관은 "장윤기 사건 자체가 매우 잘못된 것은 맞지만, 일부의 비위 때문에 전국 모든 경찰관을 흔드는 연좌제식 대책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왜 무고한 저희까지 피해를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역마다 치안 구조가 다르고 서울 같은 곳은 구조적으로 유착이 힘든데 아무런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순환근무를 적용하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순환근무를 했지만 비위는 줄어들지 않았다.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그거(순환근무제)라도 하자는 차원인 거 같은데 실효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지휘부의 소통 부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 경정급 경찰관은 "엄청난 근무 체계의 변경인데도 정작 현장 경찰들은 쇄신안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방안 자체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환근무제는 경찰관 개개인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 지휘부가 견고한 설계 없이 급하게 발표부터 해버렸다"며 "그로 인한 피해와 혼란은 모두 현장에서 떠안으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경찰 개혁 방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순환인사제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경찰직협은 이날부터 예정된 경찰청과의 상반기 정기 실무협의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민관기 경찰직협위원장은 "장윤기 사건 재발 방지와 순환근무제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라며 "현장의 울분을 경찰청에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직협은 이미 장거리 출퇴근과 경제적 부담 등 폐해가 있는 상황에서 순환근무제를 확대한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 위원장은 "경찰청이 순환근무제를 밀어붙일 경우 대의원 대회 소집과 집회를 검토하고 있다"며 "필요시 소송 제기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을 대상으로 검찰과 경찰 특수단의 압수수색까지 동시에 진행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등 혐의와 관련해 이날 오전 6시 15분부터 강력범죄수사과장실과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등을 압수수색 중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단(특수단)도 사건 수사와 관련된 전반적인 보고 지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오른쪽)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오대일 기자


"급한 불 끄기식 정책, 실효성 의문… 핀포인트 접근 필요"
전문가들은 경찰이 위기 대응에 몰리면서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 없이 대책을 내놓은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요한 정책은 많은 연구와 실험·분석을 통해 장단점을 밝히고 의견도 수렴해야 하는데 지금은 위에서만 급하게 마련하다 보니 내부에서도 비난받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순환근무제에 대해선 "경찰 활동은 지역사회와의 유대 관계를 바탕으로 정보와 제보를 얻는 것이 핵심인데 순환근무로 장벽을 쌓아버리면 소통이 차단된다"며 "일부 경찰의 일탈 때문에 지역 유대라는 장점을 포기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부 위원 중심의 TF 구성에 대해서는 "큰 의미가 없다"며 "경찰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피통제기관과 통제기관이 분리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제도적 장치 자체는 필요하지만 세분화된 접근이 핵심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순환 근무제는 장단점이 있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며 "전 부서에 다 적용하는 건 비합리적이니 핀포인트로 유착 가능성 높은 부서에 적용하는 식으로 세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이동에 따른 교통, 주거 등 불이익에 대해서는 승진 가점 등 인센티브를 제공도 고려해 볼 만하다"며 "TF 역시 단순한 보여주기식 임시방편에 그치지 않으려면 법령 개정과 예산 지원이 담보되는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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