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7.22 © 뉴스1 이호윤 기자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오 시장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총 10회의 여론조사 중 5회의 여론조사에 대한 2100만 원 상당은 오 시장의 의뢰와 김 씨의 대납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의뢰 및 대납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 대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21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 원이, 사업가 김한정 씨에 대해선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김 씨, 만난 적 없는 명 씨에게 친분 이유 돈 지급 않았을 것…오 시장 의뢰" 판단
오 시장은 재판에서 여론조사를 의뢰한 바 없고, 그 비용의 대납을 김 씨에게 요청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오 시장의 지시나 요청 없이 김 씨가 자발적으로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그 비용 역시 개인적 친분에 따른 금전 지급이라는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오 시장은 명 씨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먼저 연락을 취해 2021년 1월 20일 명 씨로부터 선거전략, 여론조사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오 시장은 (당내 경선 후보자였던) 나경원에게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기대하는 한편, 부수적으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접점 형성을 기대하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후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은 명 씨와 다시 연락을 주고받았고, 그날 바로 비공표용 여론조사가 실시된 뒤 명 씨는 오 시장과 만나 그 결과와 선거 전략 등에 관해 설명했다. 이후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는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명 씨는 그 설문지와 결과표를 강 전 부시장에게 전송한 뒤 오 시장을 만나 설명했다고 한다.
미한연은 같은 달 세 번째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명 씨는 강 전 부시장을 만나 그 결과에 대해 설명했으며 김 씨는 2021년 2월 1일 명 씨 측에 1000만 원을 입금했다.
재판부는 "김 씨는 2021년 2월 17일부터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수령하고, 만남을 제안해 첫 만남이 이뤄진 이후 비로소 명 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아직 만나본 적도 없는 명 씨와 친분관계에 따라 개인적으로 도와주려고 1000만 원을 지급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오 시장 측이 의뢰한 여론조사를 통해 명 씨에 대한 검증을 마친 다음 김 씨에게 여론조사비용 대납을 요청했고, 그에 따라 김 씨가 여론조사비용 1000만 원을 입금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두 차례에 걸쳐 김 씨가 미한연 측에 각각 550만 원을 입금한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오 시장 측의 의뢰와 김 씨의 비용 대납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때 공표용 여론조사의 결과가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나오자 오 시장 측이 이에 대해 항의해 (여론조사) 공표도 최대한 늦게함으로써 가급적 그 공표 효과가 최소화될 수 있게끔 조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실시된 공표용 여론조사가 더 불리하게 나오자 강 전 부시장이 명 씨에게 강한 불만을 표해 명 씨와 크게 다퉜고, 그 무렵부터 김 씨가 오 시장의 요청으로 명 씨로부터 직접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직접 만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대납한 여론조사 비용이 오 시장의 정치활동을 위한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오 시장의 요청에 따라 여론조사 비용을 미한연에게 대신 지급한 것은 오 시장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에 해당한다"며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이 공모해 그 금액 상당을 기부받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나머지 5회 여론조사, 오 시장 의뢰 따른 대납으로 볼 수 없어…"결과 전달 확인 안 돼"
반면 공소사실에 적시된 나머지 여론조사 5회 중 비공표용 4회에 대해 재판부는 오 시장 측의 의뢰로 이뤄진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해당하는 비공표용 여론조사들에 대해 △명 씨 스스로도 이때 여론조사는 오 시장 측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고 수습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라고 진술한 점 △공표용 여론조사 결과가 연달아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오 시장이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의뢰할 별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기록상 오 시장이 이때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았는지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특히 1회의 비공표용 여론조사의 경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만 정식 결과보고서를 받았고, 그 당시 상황에 비춰 오 시장이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의뢰할 이유나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
나머지 1개의 공표용 조사의 경우 오 시장 측의 의뢰로 진행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김 씨가 지급한 비용이 이 여론조사에 대한 대가성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의 양형 배경을 밝히며 "이 사건에서 부정수수된 정치자금이 2100만 원으로 적지 않고,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후보자 의뢰 여론조사의 공표·보도를 실현하려는 목적도 결부돼 있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 시장이 서울시장 등을 지내며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와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주도했고, 재판 과정에서도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와 주장들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다만 범행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약 한 달간 이뤄졌고 오 시장이 이후 명 씨와 직접적인 접촉이나 관계를 이어가지 않은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 실제 조사 결과가 대부분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나온 점도 참작했다.
sh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