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응식 수의사가 길고양이를 둘러싼 대표적인 주장들을 하나씩 짚으며 국내 생태계와 지역 특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유튜브 냥신TV 갈무리). © 뉴스1
길고양이 먹이주기 금지와 살처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관련 국민청원까지 등장하자 EBS '고양이를 부탁해' 행동솔루션 전문가 나응식 수의사는 뉴스1에 "혐오가 아닌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2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냥신TV'를 운영하는 나 수의사는 최근 길고양이를 둘러싼 대표적인 주장들을 하나씩 짚으며 국내 생태계와 지역 특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NR 효과 없다?…핵심은 중성화율과 지속성"
24일 나응식 수의사(그레이스 고양이병원 원장)에 따르면 'TNR(포획·중성화·방사)이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그는 "TNR은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를 억제하고 번식을 줄이는 관리 방식"이라며 "일부 지역 사례만으로 제도 전체를 실패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TNR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단순히 시행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일정 구역에서 충분한 중성화율을 달성했는지, 사업이 지속해서 이뤄졌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수의사는 미국 플로리다대의 28년 장기 추적 연구 등 국내외 연구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중성화율을 유지한 TNR은 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와 번식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TNR을 둘러싼 논쟁도 제도 자체의 효과보다 사업이 효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산발적으로 일부 개체만 중성화해서는 개체 수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고 구역별로 집중적인 중성화와 개체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수의료봉사 현장© 뉴스1
길고양이.(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17 © 뉴스1 박준배 기자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쥐는 잡지 않고 새만 사냥한다는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나 수의사는 "고양이가 배가 불러도 움직이는 물체에 반응해 사냥 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이 본능이 쥐에는 나타나지 않고 새에만 선택적으로 나타난다고 볼 근거는 없다"며 "사냥 욕구가 줄어든다면 쥐와 새 모두에 적용돼야 하고 사냥 본능이 유지된다면 두 동물 모두 사냥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야생조류 감소 역시 서식지 훼손과 개발, 유리창 충돌, 차 사고, 먹이 부족, 다른 포식자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특정 종만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오래전부터 삵과 부엉이, 오소리 등 다양한 포식자가 공존해 온 생태계를 형성해 왔으며 야생동물 역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진화해 왔다"며 "국내에서는 법률상 환경부는 '들고양이', 농림축산식품부는 '길고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생태계에서는 이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살처분·급식 금지보다 집중 TNR과 관리 필요"
길고양이의 인도적인 개체수 조절과 공존을 위해 마련된 급식소© 뉴스1
살처분으로 특정 지역의 고양이를 제거하더라도 먹이와 은신처가 남아 있으면 주변의 중성화되지 않은 고양이가 다시 유입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단기간 개체 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여도 번식할 수 있는 고양이가 빈 영역을 차지하면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길고양이 밥 주기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 역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급식 행위가 사라지기보다 음지화되면 고양이의 개체 수와 중성화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워져 TNR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몰래 둔 잔반이나 음식물이 방치되면 악취와 벌레, 쥐 등 또 다른 위생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 수의사는 밥 주기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정해진 장소에서 적정량의 사료를 제공하고 남은 먹이를 치우는 등 급식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응식 수의사(유튜브 냥신TV 갈무리) © 뉴스1
그는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관리와 길고양이 전체를 혐오하거나 살처분하자는 주장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필요한 정책은 객관적인 조사와 우리나라 생태환경을 바탕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구역별 집중 TNR과 급식소 관리, 위생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감정적인 찬반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관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









